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도시 르비우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로 궁지에 몰린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시도할 경우, 두 나라의 충돌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24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폴란드 국경 인근 도시 르비우에 29기의 미사일과 28기의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군은 이 가운데 18기의 미사일과 25기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주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쓴 글에서 “점령군들이 밤 사이에 표적으로 삼은 핵심 에너지 시설이 두번 잇따라 타격을 당했다”며 이 공격에는 격추가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르비우의 중요한 에너지 시설 내 장비들에 불이 나서 전력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에너지부와 코지츠키 주지사가 거론한 시설이 같은 시설인지는 불분명하다.

세르히 포프코 키이우시 군정청장은 키이우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몇 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키이우의 일부 주민들은 공습이 벌어지자 키이우 중앙 지하철역사로 대피했고, 키이우의 한 공원에서는 러시아 순항미사일 Kh-55의 잔해가 발견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르비우 공격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순항 미사일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다고 폴란드군이 밝혔다. 군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쓴 글에서 “이 물체가 (폴란드 동부 루블린주) 오세르두프 마을 근처 영공으로 들어와 39초 동안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흑해 함대가 주둔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공습을 가해 두 척의 러시아 전함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군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대형 상륙용 함정 아조프와 야말을 타격하고 통신 센터와 몇몇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세바스토폴 주 정부는 러시아군이 10기 이상의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지난 22일 모스크바 인근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벌어진 테러의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한 이후 두 나라의 공습 공방이 이어지면서, 두 나라 군대의 충돌이 격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쌓아온 ‘거친 지도자’라는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며 그가 이번 테러를 우크라이나가 벌인 일이라고 직접 비난할 경우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강력한 공격의 명분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탈출하려 했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내비쳤지만, 우크라이나를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자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이 테러 공격을 했다고 밝혔음에도 러시아 내 과격 인사들은 반우크라이나 여론 선동에 몰두하고 있다. 과격 민족주의 방송 ‘차르그라드 티브이’의 소유주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러시아 정부에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총공격을 선언하고 48시간의 대피 시한을 통보할 것을 주장했다. 극우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도 키이우 등을 “해방”시키기 위한 총동원령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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