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공격 받은 하르키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제2도시 하르키우를 나흘째 집중 공격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이 도착하기 전에 유리한 전황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나아가 이번 전쟁의 핵심 거점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 집중된 우크라이나 병력을 분산시키겠다는 계산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미국 및 유럽 지원 지연되며 병력·무기 부족.. "1차 방어선조차 없다"

돈바스 지역에 방어 병력 집중.. 러, 병력 분산 위해 북부 지역 공격

1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하르키우시 인근 국경 마을인 보우찬스크 외곽에 진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5기 취임식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하르키우주 북쪽 접경지에서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2022년 9월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해당 지역에서 퇴각했으나 다시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날까지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주 국경을 따라 하티셰, 크라스네, 모로호베츠, 올리니이코베 등 약 10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하르키우 지역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전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군은 별다른 저항 없이 걸어서 국경을 넘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BBC방송은 12일 우크라이나 특수정찰부대 사령관 드니 야로슬라프스키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야로슬라프스키 사령관은 BBC에 러시아군 일부가 국경을 걸어 넘고 있는 드론 촬영 영상을 보여주며 "1차 방어선조차 없었다"며 "러시아군이 그냥 걸어들어왔다"고 말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당국 모두 러시아가 국경지대에서 병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방어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의회에 막혀 수개월째 지연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61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통과시켰지만, 무기와 탄약이 최전방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NN은 러시아가 10발을 쏠 때 우크라이나는 1발밖에 쏘지 못하고 있으며 수적 열세에도 놓여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지원이 지연되는 동안 건조한 날씨가 찾아오면서 러시아 탱크가 진격하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총정보국(HUR)의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이코노미스트에 "우리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 무기가 없고, 러시아군이 4∼5월은 항상 우리에게 가장 힘든 달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대부분의 병력을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방어에 투입하고 있어 다른 지역의 방어선은 자연스레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돈바스 탈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하르키우 공습에 배치된 러시아군 규모가 3만5000명 정도의 2개 군단급으로 하르키우시까지 점령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들은 러시아군은 이번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등 다른 전선에 배치한 군 병력을 하르키우로 옮겨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전 우크라이나 장교가 운영하는 분석그룹인 프론트 인텔리전스는 X에 "돈바스에 집중해온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돌리기 위한 예상되는 작전"이라며 "인력 부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는) 일부 인력을 재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하르키우 공격으로 전체 전황이 러시아에게 더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은 상대적으로 빠른 작전상 중요한 진전을 달성하지 않고도 장기간 동안 하르키우 주 북부와 북동부의 넓은 영토를 가로질러 점진적인 전진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이는 향후 미국의 지원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더욱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 [사진=연합뉴스]

푸틴, 국방장관 경제 관료로 교체하며 장기전도 대비

장기 집권 토대를 마련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군 경험이 전혀 없는 경제 관료로 교체하며 장기전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집권 5기를 맞아 내각 개편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새 국방장관에 제1 부총리를 지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임명을 제안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현 국방장관은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자리를 옮긴다.

벨로우소프는 학계와 기술관료로 두루 활동한 '경제통'으로 제1부총리를 맡다 국방장관에 지명됐다.

푸틴 대통령이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것은 장기화하는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러시아 경제 부흥에 집중하려는 속내라는 해석이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혁신과 진보된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민간인이 국방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벨로우소프가 군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을 부각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으로 추천한 것은 매우 운이 좋은 선택"이라며 "상원의원은 국방장관 후보자의 연구 실적을 잘 알고 있다. 그와 여러 차례 교류했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분쟁 동안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며 "국방부가 지시하는 모든 것은 경제의 능력에 부합해야 한다. 국방장관은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다른 부처와 계속해 접촉해야 한다. 벨로우소프는 이 분야에서 많은 경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국방장관에 경제학자를 임명한 것을 두고 "군사적 승리에 있어 산업력의 중요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의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국방장관 교체는) 전쟁이 러시아 경제를 고갈시키는 주된 '구멍'으로 작용하는 데다가 최대 31만5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러시아군 대규모 병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자 하는 푸틴의 절박함에 대한 시사라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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