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푸틴에 전달”
양극화 심화 국제 질서 속
‘비동맹 외교’ 현실성 의문
브라질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마련해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쟁이 이어진 2년7개월 동안 서방 대 친러시아 국가로 외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브라질의 ‘낡은 외교술’로는 종전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사진)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과 함께 6개 항으로 구성된 종전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종전안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았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 중국, 인도 등이 모이는 종전 회의체인 ‘평화 클럽’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며, 푸틴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전쟁 종식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처럼 룰라 대통령이 두 나라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브라질 정부가 소수의 강대국 위주로 돌아가는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외교 강국으로 이름을 날렸던 과거 위상을 회복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룰라 대통령은 첫 재임기인 2004년에 중남미 12개국과 함께 경제·안보 연합인 남미국가연합을 구성하는 데 일조했으며, 중동·아프리카 국가와의 대화를 늘려가는 등 폭넓은 외교 행보로 지지를 얻어왔다.
룰라 행정부는 대대로 유지해온 ‘비동맹 외교’ 방침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국가 주권 원칙에 반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와 동시에 지난 6월 서방국 중심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는 다른 브릭스(BRICS) 가입국(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불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양극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룰라 행정부의 비동맹 외교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평화계획이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리오던 로엣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명예교수는 인도 싱크탱크 더다이얼로그 기고에서 “서방국은 브라질의 종전 계획이 러시아를 패배시키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무관심하게 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전안도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평화공식’과 브라질이 중국과 함께 제안한 ‘평화계획’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이 제시한 새 평화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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