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백악관서 네타냐후와 회담하는 바이든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의 폭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민간인 피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을 향한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미 대선을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했던 아랍계 미국인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자 바이든 행정부가 충격 요법을 사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년간 미국이 이스라엘에 약 24조원 규모의 역대급 군사적 지원을 해 온 덕분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비롯한 친이란 세력과 맞설 수 있었던 만큼 전쟁이 지속되기 원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입장에서도 가볍게 여길 수 없게 됐다.

이에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놓인 가자지구 피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란에 재보복을 하더라도 핵시설이나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중동 긴장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구호품 통제에 가자지구 100만명 아사 위기

바이든 지지했던 아랍계 미국인 등돌려.. 대선 앞둔 바이든·해리스에게 악재

美 "30일 내로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 개선하라".. 무기 지원 중단 시사

연합뉴스와 미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공동 명의로 이스라엘 국방 및 외교부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30일 내로 가자 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주의적 상황 개선을 위한 내용에는 ▲ 트럭 350대 이상의 인도 지원 물품 가자지구 내 반입 허용 ▲ 추가 통행로 개방 ▲ 인도 지원 관련 장소 및 이동에 대한 보안 강화 ▲ 작전상 불필요한 지역에 대한 대피 명령 취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가자지구는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후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미 4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가운데 기간 시설이 모두 파괴돼 100만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구호품을 하마스가 통제하고 있다고 보고 하마스 소탕이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호품을 차단 해 하마스를 굶겨 죽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가자 북부에 반입된 구호 트럭은 지난 8월엔 약 700대, 9월엔 약 400대 수준이었으나 10월엔 구호 트럭이 한 대도 들어오지 않아 식량 배포가 중단된 상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도 9월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상업·인도 물품이 지난 3월 이후 가장 적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통적인 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아랍 및 무슬림계 미국인들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을 지지했던 아랍계 미국인 정치활동위원회(AAPAC)는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대선을 20여일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초대형 악재가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서한에서 제기된 우려들을 우리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함께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연합뉴스가 전했다.

식량 배급 기다리는 가자지구 아이들 [사진=EPA=연합뉴스]

미, 이스라엘에 1년간 24조원 군사 지원.. 무기 지원 중단시 방공망 운영 차질

이번 바이든 정부의 조치로 이스라엘의 태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미국의 무기 지원 없이는 이스라엘이 이란 및 친이란세력과의 전쟁은 고사하고 방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전쟁 비용 프로젝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최소 179억 달러(약 24조1천억원)를 사용했다.

그간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꾸준히 해왔지만 1년 동안 179억 달러를 사용한 것은 역대급 규모라는 평가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지원에도 최근 이스라엘의 방공망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만 2만기 넘는 미사일·로켓이 이스라엘로 날아들었고, 그럴 때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Iron Dome), 다비즈슬링(David's Sling), 애로(Arrow) 등 3중으로 구성된 방공망으로 이를 막았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스라엘 북부의 군기지 식당에 헤즈볼라 자폭 드론이 떨어져 골라니 여단 소속 병사 4명이 죽고 61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로켓과 미사일을 방어할 요격 미사일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무기 지원이 중단된다면 이스라엘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직 미국 국방부 관리인 데이나 스트롤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스라엘 군수품 문제는 심각하다"며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하고, 헤즈볼라가 이에 가담하면 방공 역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롤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계속 같은 속도로 지원할 수 없다"며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美에 이란 핵·석유 아닌 군사시설 공격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측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시 핵이나 석유 관련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런 의향을 전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1일 이란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즉각 재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이나 석유시설을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 입장을 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핵 시설을 공격한다면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러한 입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이 거론되기 전에 나온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의 제한적 보복과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 개선 등을 통해 중동 확전 가능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레바논의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는 일방적 휴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을 따라 헤즈볼라 전투원이 없는 완충 지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 사무차장은 15일 연설에서 휴전이 해결책임을 이스라엘에 알린다면서 가자지구와 레바논 동시 휴전 시 헤즈볼라가 10㎞ 후방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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