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에 이어 제주대와 강원대에서도 의과대학 증원에 관한 학칙 개정이 학내에서 제동이 걸렸다. 비슷한 절차를 앞둔 대학들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학칙 개정의 최종 결정권은 총장에게 있지만, 학내 심의·의결기구 결정을 번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증원 대상 32개 의대 중 학칙 개정 절차까지 완료한 건 12곳이다. 나머지 20곳 중 중간에 제동이 걸린 경우도 최종 결과가 번복될 수 있다. 학칙 개정을 위한 교무회의, 대학평의원회, 교수평의원회 등의 의견 수렴은 정원 조정에 앞서 거치는 학내 절차다. 교육부가 이들 절차를 정원 확정 후에 해도 된다고 허용해 올해만 순서가 뒤바뀌었다.

제주대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는 이날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이어진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는 심의를 보류하고 더 논의하기로 했다. 강원대도 대학본부에 상정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이날 철회했다. 앞서 7일에는 부산대 교무회의가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충북대는 오는 14일 교무회의에서 기존 49명인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는 학칙 개정안을 심의한다. 충북대 관계자는 “부산대에서 부결 사례가 나와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이날 학장회의에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달 중 교수회와 평의원회를 거쳐야 절차가 완료된다.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의견 수렴을 뒤로 미루는 등 절차 역전을 허용할 때부터 이런 상황이 예견됐다고 반응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대다수 대학에서 교무회의의 심의·의결권을 학칙으로 보장한다”며 “(총장도) 교무회의 결정을 마음대로 번복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총장이 직권으로 학칙이 개정하는 대학이 나올 거라는 전망도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견 수렴을 위해 거치는 교무회의, 평의원회 등은 심의기구일 뿐, 최종적 의사 결정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를 겨냥한 압박으로 보인다. 사립대의 경우 국립대인 부산대와 다를 거라는 전망도 있다. 증원 대상 중 사립대는 23곳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국립대는 총장 리더십이 사립대보다 약할 수 있어 가능했던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증원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의 경우 학생 모집정지 등 행정 조치를 할 계획이다. 오 차관은 “부산대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학이 스스로 의대 증원 수요를 제출한 만큼 대학 내에서 의견을 모아 학칙 개정을 완료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별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에 따라야 하며, 따르지 않는 경우 시정 명령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대학이 교무회의라는 공식 절차를 밟아 결정했는데, 교육부가 무슨 권한으로 엎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교육부 으름장은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험생·학부모들도 반발한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몇 번째 (의대) 정원 발표를 듣고 있는 건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