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왼쪽)과 김종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교육부회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의대증원 관련 탄원서 접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달 말까지 법원에서 의대 증원의 절차적 정당성을 더 다퉈본 후에 정부가 의대정원을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 2월 시작된 의·정갈등이 3개월을 넘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조정 등 의료환경 개선책을 앞세워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증원의 절차적 정당성을 다툴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2026년도 증원안을 더 유연하게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주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기각 결정이 나온 후로 정부는 내년도 증원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보고,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의·정갈등 봉합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와 의료 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의료개혁 논의에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의료 현장과 국민께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의료개혁 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유의미한 복귀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의료계 일부는 여전히 의대증원과 관련해 법원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교육부와 각 대학 측에 내년도 대입시행계획 승인과 모집요강 발표를 법원 결정 후로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10% 이상의 과도한 증원은 현재 교육 여건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의대 증원 없이도 정부가 올바른 필수·지역의료 정책을 추진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가 더 유연하게 대화 방향을 끌고 가야 의료계가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권 교수는 “2025년의 증원안은 확정이지만, 2026년에는 의료계의 연구를 기반으로 재논의를 하겠다고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재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의사들이 중심이 아닌 구조라 필수의료 패키지를 의개특위에서 논의하기 어렵다고 보는 의료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봤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 복귀를 위한 대책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오면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관계자는 “고연차 레지던트들은 그간 수련 기간 채운 것이 아까워서라도 전문의 응시자격과 제한에 관심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가 시점을 못박는 대신 전공의 복귀를 위해 내놓은 대책을 좀 더 유연하게 적응시켜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의료공백이 이 달을 넘겨 장기화되는 것을 버티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금 암환자같은 중증환자에게 관심이 집중돼있지만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 등을 지병으로 가지고 있는 중등도 환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의료인력 부족으로 지역 병원까지 포화상태라 중등도 환자들의 진료가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대본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는 전주 대비 3.4% 증가해 평시의 102%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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