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이렇게 때리고. 손바닥, 손등, 팔, 허벅지 막 다 때려요. 울면서 스케이트 타요.”

2019년 9월 한 피겨스케이팅 코치가 어린 제자들에 대해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단 뉴스가 보도됐다. 학부모로부터 제보받은 코치의 아동 제자 폭행 영상 등을 보도하면서 아이들은 모자이크하고 해당 코치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듬해 6월 해당 코치를 아동학대·모욕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방송 이후 피겨스케이팅 코치가 과거 제자를 학대했다는 추가 피해 폭로가 이어지면서다. 코치는 결국 아동학대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법정구속된 데 이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해당 사건을 사회적 이슈로 만든 A 기자 역시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 해당 코치가 신상 공개를 문제 삼아 기자를 고소하고 검찰도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하면서다. 신문·방송·출판 종사자가 피해아동은 물론 아동학대 행위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보도할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아동학대처벌법 35조②항, 62조 ③항) 때문이었다.

A 기자의 정식 재판 청구로 사건을 받아든 법원으로서도 고민이 깊었다. 서울서부지법은 가해자에 대한 신상 보도를 금지한 조항이 위헌일 수도 있지 않냐는 A 기자의 위헌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2022년 10월 “아동학대 행위자는 대개 피해아동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이 행위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면 피해아동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보도금지가 합헌이라 봤다.

결국 서울서부지법은 A 기자의 유죄를 인정하되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강성수 판사는 같은 해 11월 “이 사건 보도로 여론의 많은 관심을 끌게 되었을 것이고 자연스레 피해아동들의 인적 사항이 상당히 알려졌을 것”이라며 “가명을 사용하거나 사진 일부를 가리는 방법으로 사건 개요만 내보내도 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일 년 뒤 항소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A 기자는 “그 뉴스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고 코치의 추가적인 학대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법원 형사항소1부(부장 우인성)는 “아동학대 사건은 수사 개시만으로 추가적인 아동학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고 법원의 임시조치 등을 통해 피해아동의 보호를 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돼 있다”며 “언론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는 방식만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판결은 지난 9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 정당행위, 피해자의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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