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창일씨의 딸 최지자씨(43·나카가와 도모코)가 아버지의 재심사건 ‘무죄’ 선고가 나온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꽃다발을 든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유선희 기자

검찰이 최근 51년 만에 항소심에서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무죄를 선고받은 고 최창일씨 재심사건에 대해 상고했다. 최씨 유족 측은 검찰이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상고를 취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 29일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 관련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당시 보안사의 불법수사를 인정하면서도 확보된 증거의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최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앞서 서울고법 13형사부(재판장 백강진)는 지난 23일 ‘재일동포 간첩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복역했던 최씨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법정진술은 수사기관에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진술된 본인의 뜻이 아닌 진술이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이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최씨의 1·2심 법정 진술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그가 간첩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도 했다.

무죄 선고가 난 당일 최씨의 딸 최지자씨(43·나카가와 도모코)는 법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상고로 사건을 오래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를 대리한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도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법부 일원으로 사과까지 했는데 이런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 선고 이후 6일 만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최씨 유족과 변호인은 “검찰은 과거사정리법과 대검찰청 공안부가 만든 ‘고문 등으로 증거가 조작됐음이 명백하거나 공범이 무죄확정 됐고 달리 무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상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을 준수해야 한다”며 “상고를 취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고 최창일씨 51년 만에 재심 ‘무죄’…법원 “진술 증거능력 인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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