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에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스티커 수백 장을 붙인 혐의로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죄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지난달 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시내버스 탑승을 거부당하자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15분간 시위를 벌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1부(재판장 김정곤)는 14일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버스 운영을 방해하고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박경석 전장연 대표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신고 없이 집회를 개최한 점과 그 방식이 몸을 묶고 버스를 가로막는 방식으로 위험성이 높았다”라며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현실적으로 장애가 발생하는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인정되는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상당 시간 버스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교통 흐름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방해 효력도 발생했다고 본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날 법정에 10분가량 늦게 출석했다. 특수교통수단을 부른 지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법원에 도착한 탓이었다. 박 대표는 “특수교통수단을 부르면 기본 30~40분은 기다려야 해요”라고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첫 번째였던 박 대표의 선고 순서는 맨 뒤로 밀렸다. 재판장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선 박 대표에게 “피고인석까지 오려면 힘드니까 (재판정 위로) 올라올 필요 없이 들으라”고 말했다.

박대표는 2021년 4월 서울 종로구에서 휠체어를 타고 승차할 수 없는 시내버스 탑승 시도하다 거부당하자 시위를 벌였다. 그는 ‘저상버스 100% 도입’ 등이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버스 출입문과 자신의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었다. 박 대표와 동행한 20여 명의 전장연 활동가들도 약 15분간 버스를 멈춰 세우고 시위에 동참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박 대표는 항소했다.

박 대표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장애인이 기본적 이동권에 대해 얘기했음에도 15분의 지연이라는 게 지금의 형량을 때릴 수 있는 공정한 판결인가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이렇게 하찮게 취급되는구나 싶다”며 “재판부는 단순히 집시법 위반 사안으로 판단했는데,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얻기 위한 하나의 저항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10일 집시법 6조1항과 22조2항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다. 해당 조항들은 시위를 주최하려면 시위 시작 720시간~48시간 전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박 대표는 이같은 조항이 집회하는 데 실무적인 장벽이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박 대표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대표 변호를 맡은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재판부가 위험심판 기각 결정문을 송달했다고 했으니 이를 살펴보고, 헌법소원 여부는 전장연 측과 논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는 계속 법원 문을 두드린다···‘집시법 위헌심판’ 신청

“버스를 막아 불편했을 시민들께는 죄송하지만 그것이 죄라고 한다면 저의 양심상, 그리고 제가 배운 헌법의 가치상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피고인석에 자리한 박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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