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왼쪽부터)이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원 6인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이충상·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위원 3인 이상 찬성’의 현행 인권위 소위원회 운영 방식을 ‘1명이라도 반대하면 기각·각하’하는 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냈으나 보류되자 인권위 전원위원회를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김 상임위원은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을 포함한 인권위원 6명 명의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24일 인권위 전원위 회의에서 ‘소위원회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 안건을 표결하자고 주장했다.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에서 위원들 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사건의 경우 기각·각하하자는 것이다. 소위원회에 상정되는 진정 사건이 많아 1명이라도 반대하면 기각·각하시켜 시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도 했다.

현행 인권위법에는 소위원회의 경우 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인권위는 그동안 소위원회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전원위에 사건을 올려 11명의 위원들이 모여 논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전원위는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하지만 이들의 안건 표결 요구는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반대로 보류됐다. 송 위원장은 이날 입장을 내고 “서울행정법원 선고가 예정된 점을 고려해 표결 처리를 유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경찰의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부작위’ 진정을 제기했는데 이를 심사한 인권위 인권침해구제1소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기각하자 정의연이 이에 반발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그 선고가 다음달 26일로 예정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인권침해구제1소위원회 위원장은 김 상임위원이었다. 정의연 사건은 소위원회 소속 3명의 위원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자 김 상임위원이 통상적인 인권위 관례대로 전원위에 회부하지 않고 아예 사건을 기각하면서 반발이 일었다.

이날 이 상임위원은 소위원회 운영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을 하면서 천동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수천년동안 천동설을 인류가 맹신해왔는데 과학적으로 따지고 보니 지동설이 객관적 진실이었지만, 지동설을 주장하던 이들은 큰 박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3인이 토론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의견일치가 안되면 전원위에 회부해 안건을 의결해온 관례가 천동설처럼 터무니없다는 취지다.

다른 인권위원들은 이들의 의견에 반박하고 나섰다. 김수정 인권위원은 “22년 동안 유지해온 ‘3인 이상 찬성’의 적법 요건을 유지해오며 쌓은 국민의 신뢰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깰 수 없다”며 “민주주의의 최선의 원칙은 합의이고, 차선이 다수결”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최영애 전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전 인권위원 13명 등도 “인권위 설립 이래 가장 중대한 위기”라며 이·김 상임위원이 낸 안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 취지는 인권위원이 합의 정신에 따라 인권위를 운영하는 것이 보편적 인권을 선언하는 인권위 설립 정신에 맞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공무원노동조합은 “인권위 논의는 형식적 법리 해석에 매몰돼 숙의 없이 숫자로 의결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숙의 없는 결정은 한국의 사회적 소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