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25일 이진숙 국회 인사청문회

‘방송장악·극우’ 논란 속 여야 격돌 예상

증인·참고인 73명 채택···연예인들 불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경기 과천시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오는 24~25일 열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극우 성향’이란 지적을 받는 이 후보자의 언론관·정치관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 일정을 이틀로 잡고 증인 27명, 참고인 46명을 채택하는 등 공세를 예고했다.

23일 민주당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야당 측은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MBC를 포함한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강행하려 하는 점 등에 포화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MBC 재직 당시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에 반발하며 직원들이 벌인 파업을 “불법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고, 인터넷 언론 위키트리에 노조를 공격하는 내용의 여론전을 요구하며 금전 계약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MBC가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을 사찰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후보자의 행보는 공영방송 이사들을 친 정부 인사로 교체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겹친다. 이 후보자는 지난 8일 인사청문준비단 출근 첫날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를 꼽았다. 지난해 6월 한 보수단체의 유튜브에 출연해 “MBC를 국민에게 돌려주려면 중도적·중립적 인물이 사장으로 오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지난 22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을 두고 “여야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2년 12월 자유민주당이 주최한 ‘제8회 자유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자유민주당 유튜브

이 후보자가 평소 극우 정치 성향을 드러내온 점도 청문회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2022년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때 뉴라이트 계열 인사 표병관씨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은 바 있다. 이 후보자는 2022년 12월 한 행사에서 “문화권력도 좌파 쪽으로 돼 있다”며 영화 <베테랑> <설국열차> <기생충> 등을 ‘좌파 영화’로 꼽고, 연예인들을 ‘좌파’ ‘우파’ 성향으로 낙인찍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모인 ‘블랙리스트 이후’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를 대표하는 문건인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을 고스란히 반복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 “폭도들의 선전선동에 따라 발생했다”고 한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을 두고는 페이스북에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노란리본으로 온 나라를 뒤덮었다”고 쓰기도 했다. 언론단체들은 이 후보자의 이 같은 성향이 MBC 보도본부장 시절 ‘세월호 보도 참사’ 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 등도 논란이 됐다. 대전MBC 사장 재임 시절 서울 거주지 근처나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를 다수 쓰고, MBC 본사 간부 재임 때에도 유흥주점·골프장·호텔 등에서 수천만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이 후보자는 “공직자 후보로 지명된 만큼 앞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하겠다”, “(법인카드 사용은) 회사의 규정에 따라 사용했다”고 했다.

증인·참고인 73명 채택···정우성·봉준호도

민주당을 증인으로 김재철 전 MBC 사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채택했다. 참고인으로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최승호 MBC 전 사장 등을 부르기로 했다. 오는 25일에는 배우 정우성 등 연예인들과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들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참고인은 증인과 달리 청문회 출석 의무가 없어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도 높은 검증 예고에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민주당은) 이틀간의 청문회 일정을 밀어붙이고 인기 연예인을 비롯한 대규모 증인·참고인단을 신청해놨다”며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낙마로 답을 정한 듯하다”고 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