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현판. 공수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차장 자리가 6개월째 비어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차장 임명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수처 차장으로 검찰 출신 이재승 변호사를 임명해 달라고 제청했지만 약 2주가 지나도록 임명안 재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오 처장이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청한 것에 대해 괘씸해 하는 분위기’라는 말이 나도는 등 대통령실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다. 대통령실이 공수처 차장 임명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의 잠재적인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차장 임명이 지연되는 상황은 ‘공수처 1기’ 시절과 확연히 대비된다. 여운국 전 차장은 임명제청 다음 날 곧바로 임명됐다. 당시엔 여 전 차장의 인사검증 작업이 임명제청 전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신속하게 임명할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공수처 차장 자리가 지난 1월부터 비어있는 만큼 인사검증 작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여 전 차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후 최근까지 부장검사를 통한 차장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차장이 공수처 수사와 행정에도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점을 고려할 때, 6개월간의 차장 대행 체제는 비정상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현재 공수처는 처장을 포함해 총 19명의 검사로 구성돼 있다.

공수처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 자리를 계속 비워두는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 서채완 변호사는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고 안정화되기 위해선 법이 예정한 인적구성이 완비될 필요가 있다”며 “공수처 차장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기존 인력이 차장 업무를 대행할 수밖에 없어 실제 공수처의 기능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1월부터 계속 공석이라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실이) 공수처의 안정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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