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2024년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그간 문제로 지적돼온 ‘3분 진료’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년도 수가(의료행위의 가격) 중 진찰료를 4% 인상하기로 했다. 그간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동일한 비율로 수가를 올려오던 방식에서 벗어나서, 저평가된 의료행위에 더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보상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고 ‘2025년 병원·의원 환산지수 결정’을 심의해 의결했다. 지난달 열린 건정심에서 내년도 의료현장에 적용될 요양급여비용(수가)이 의결됐으나, 병원과 의원 유형의 수가는 대표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병협)·대한의사협회(의협)와 다른 위원들 간에 입장 차이가 커서 결정되지 못하고 이번 건정심에서 논의됐다.

이번 건정심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필수 의료행위에 가중치를 부여해 인상률을 결정했다. 건정심에 앞서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제시했던 의원급과 병원급의 수가 인상률 1.9%와 1.6%보다 전체 인상률이 대폭 낮아졌다. 의원급은 전체 수가를 0.5%(4.1원)만 올리는 대신 진찰료(초진 및 재진)에 평균보다 높은 인상률인 4%를 적용해 대폭 올린다. 병원급은 전체 수가를 1.2%만 올리는 대신에 휴일에 시행되는 수술·처치 등에 수가를 가산해주는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야간 및 공휴일에 병원에서 시행되는 수술·처치·마취료 가산 비율이 기존 50%에서 100%로, 응급실에서 시행되는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가산 비율이 50%에서 150%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결정은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획일적으로 수가를 인상해오던 결정 구조에서는 특정 의료 행위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균형이 점점 커진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수가는 의료 행위에 대한 가격을 의미한다. 수가는 약 6000여개의 의료행위의 상대가치를 점수화한 ‘상대가치점수’와 점수당 단가가 얼마나 되는지를 의미하는 ‘환산지수’를 곱해서 결정한다. 환산지수가 올라가게 되면 단가가 올라가므로, 최종 수가도 올라가는 구조다.

그런데 환산지수가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같은 비율로 인상되는 현재 구조에서는 이미 상대가치점수가 높은 의료행위가 더 크게 인상되는 한계가 있었다. 조충현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과장은 “영상·검체검사 같이 이미 고평가된 행위는 더 크게 인상되고, 인적 차원이 주로 투입되고 있는 수술이나 처치 같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필수 의료 행위들이 더 작게 인상되면서 보상 불균형이 심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도 지난달 1일 수가 인상에 투입될 재정규모를 결정하면서 이같은 보상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으로 의료행위에 따라 수가를 다르게 올리라는 ‘환산지수 차등화’를 권고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산지수 차등화’에 대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지난 5월 올해 수가 협상을 시작하면서부터 ‘의료행위를 막론하고 수가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이 문제’라며 수가를 일괄적으로 10%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건정심에서도 의협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20여 년간 유지해왔던 수가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건정심 회의는 의협과 병협 측의 반대로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평소보다 한 시간 넘게 길어졌다.

한편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약 189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내용도 이날 의결됐다. 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중증·응급 환자의 의료공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난 2월20일부터 건보 재정을 동원하고 있다. 이를 여섯 달째 연장해 오는 9월10일까지 추가 재정을 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총 1조1729억원의 건보 재정이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쓰이게 됐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의원급으로 경증환자를 회송한 경우에 대해 보상을 강화한다. 중증환자의 신속한 병원 배정, 응급실 진찰·심폐소생술 등 응급실 의료행위에 대한 추가 보상도 계속하기로 했다. 병원 내에서 중환자나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빨리 대응하도록 전문의 진료에 대해 정책지원금도 지급한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