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지금 방통위원장 누굽니까. 한상혁씨 아닙니까. 민주당 사람이에요. 아니 민주당 사람이 방통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지금 방송을 장악할 수 있겠어요. 민주당이 우리한테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려면 한상혁씨가 사퇴를 하고 우리가 맡아야지 그런 주장이 가능하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

▲ 취임 100일 기자회견하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 MBC 유튜브 갈무리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등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의 사퇴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2022년 7월17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벌어진 야당의 ‘언론장악’ 비판에 ‘우리 사람(한상혁)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는데, 이를 ‘우리 사람을 앉히면 장악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일까.

무슨 목적? ‘방통위’부터 치고 들어가는 여당과 시민단체

방통위는 KBS의 이사 추천권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갖는다. 권력이 의도를 갖고 방통위를 장악하면 공영방송 이사진을 꾸리고 결국 사장을 입맛대로 선임할 수 있다. 인사권을 가진 사장은 노사 합의와 무관하게 논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한상혁 위원장을 향해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권 대표는 2022년 6월16일 기자 백브리핑에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동조하고 있지 않다. 당연히 물러나 주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도 한 마디 얹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6월17일 출근길 문답에서 한상혁 위원장, 전현희 당시 권익위원장의 거취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다른 국무위원들이 마음에 있는 얘기들을 툭 터놓고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는 것인지 재차 묻자 “임기가 있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2022년 6월15일과 6월21일, 6월27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한상혁 위원장을 상대로 낸 성명만 6월 한 달 동안 3건이다. △농지법 위반 의혹 제기 △2018년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 인권침해 의혹 △YTN 파업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다.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를 낸 당일, 국민의힘이 성명으로 받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여당이 방통위를 압박하자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의 행동이 이어졌다. 2022년 6월24일 보수 성향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공영언론미래비전 100년위원회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방송법 등을 위반했다면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7월4일에도 이들 단체를 포함한 20여개 단체들이 한상혁 위원장과 김의철 KBS 사장을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 2022년 10월 나온 방통위원장 사퇴 촉구 공언련 성명.

2022년 10월12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는 한상혁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2019년 경기방송사업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했다며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때 나온 공언련 성명엔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등 공영방송 소수노조와 바른언론인모임 등 보수성향 언론단체 이름이 포함돼 있다.

감사원은 유례없이 방통위 정기감사에서 하드디스크 포렌식을 진행하고 사실상 민간인인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재승인 심사위원들을 조사했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겨냥한 검찰은 2022년 9월과 11월, 12월 방통위를 거듭 압수수색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결국 2023년 2월 사무실이 압수수색된 데 이어 2023년 5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면직’됐다.

그렇게 방통위 여야 구도가 2대1로 뒤집혔다. 방통위 구성이 바뀌자 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기존의 공영방송 이사들이 잇따라 해임됐다. 방통위는 빈자리가 생긴 KBS 이사회에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등 여권 이사를 앉혔고, 이후 이사장으로 선출된 ‘서기석 체제’에서 KBS 이사회는 2023년 9월 김의철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해임안을 재가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 연합뉴스

한상혁 전 위원장은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면 경영진을 바꿔야 하고 경영진을 교체하려면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해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진의 임명권과 추천권을 갖는 방통위를 장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우연이 아니다. 그래야만 순서대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방통위 먼저 타깃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공조’ 의심… “독립적·독자적 진행이라곤 믿을 수 없어”

“2022년 6월에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를 하게 됩니다. KBS 노동조합, 다른 방송사 노동조합, 그리고 보수적인 시민단체들 한 20여 개 단체들이 국민감사 청구에 서명을 받아서 6월에 청구를 하는데… ” (김의철 전 KBS 사장)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단체가 중심이 돼가지고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어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언론장악 공동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의철 전 KBS 사장.
▲ 언론장악 공동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영방송 이사들은 공동취재단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보수성향 단체와 수사기관의 ‘공조’를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원의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검찰 수사 등 다수가 보수단체에서 시작됐고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출신이 적잖이 포진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도 그 패턴이 반복됐다.

2023년 5월26일, 공언련은 심의 업무 지연, 노골적 봐주기 등을 주장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2023년 8월29일, 정민영·김유진 방심위원을 이해충돌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방심위원만 5인(정연주·이광복·정민영·김유진·옥시찬) 연속 해촉됐는데 모두 공교롭게 야권 추천이다.

▲ 방심위 공익감사 청구 사실을 밝히는 최철호 전 공언련 대표. 공언련 유튜브 갈무리

“정권 쪽에서는 정연주 사장 모델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나... (중략) 감사원 감사를 진행을 했고 감사원에서 해임을 권유했고 바로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하고 대통령이 해임을 하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까?” (김의철 전 KBS 사장)

2023년 방심위원장에서 해촉된 정연주 전 위원장은 2008년 KBS 사장에서 해임된 전력이 있다. 해임 원인이 된 배임 혐의는 무죄로, 해고 자체도 무효로 결론 났지만 이미 자리에서 내려온 뒤였다. 정권 입장에선 KBS 장악을 이뤄낸 ‘성공 사례’다. 윤석열 정부가 참고한 모델일까.

▲ 감사 청구, 권익위 고발 등 공언련 주요 활동

김의철 전 KBS 사장은 “고소·고발도 이뤄지고 고용노동부 조사도 두 번 받았고 경찰 조사도 받았다.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조사까지. 매우 다양한 한마디로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제 약점을 찾으려 노력했는데 결국은 제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 전혀 안 나타난 것”이라며 “그렇게 되니 결국 수신료 이슈를 꺼내는 등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이 사람들이 청구한 내용에는 우리가 무슨 법률을 위반했다는 얘기, 부패 행위가 있었다는 얘기도 없다. ‘방만 경영을 방치했다’, ‘우리 책임을 해태했다’ 이런 건데 그거는 국민감사 사안이 안 된다”며 “국민감사도 2개월 동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좀 더 하려면 연장을 해서 할 수 있다고 돼있는데 지금 2023년 3월 초부터 실시된 감사가 1년이 훨씬 넘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2022년 5월 이후 국민의힘, 공언련 등 보수성향 단체 활동 내역. 그래픽=안혜나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 혹은 공언련 등 보수성향 단체들이 미디어 관련 기구와 소속 인사들을 대상으로 활동한 내역을 보면 미디어오늘이 파악한 것만 성명, 집회, 기자회견 31건, 권익위 신고 5건, 감사원 감사청구 4건, 검찰·경찰 고소·고발이 8건으로 모두 48건이나 된다.

한상혁 전 위원장은 “결국은 보수 성향의 시민, 언론단체들의 활동이 공권력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계기와 명분을 만들어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시민단체와 수사기관 간)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 독자적, 독립적으로 진행했다고는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언련은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첫 보도가 나올 당시 성명을 내고 “공언련과 인연을 맺었거나 맺고 있는 소속 회원과 연대 단체에 대해 공언련을 매개로 정부와 연결된 듯한 의혹을 제기했다”며 “공언련 소속 회원이나 연대 단체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이다. 좌우 정권에 상관없이 언론의 정치적 독립”이라고 반박했다.

▲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방통위, 방심위, KBS, EBS 이사진 등. ‘전략적 공조’ 비판이 나온 과정의 끝은 모두 ‘여권 다수 구성’으로 끝났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마지막 종착점은 MBC로 보인다. 이진숙 후보자는 25일 청문회에서 “(MBC가) 어떻게든 공정한 방식으로 방송할 수 있게 법과 규정에 따라서 MBC의 편향성을 시정할 수 있는 그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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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

취재 : 박재령(미디어오늘), 박종화·연다혜(뉴스타파),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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