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은 ‘한 개의 건설현장에서 200여명이 할 일을 한다’고 할 만큼 중요성이 큰 장비이다. 타워크레인은 전국에 6000여대가 있는데, 건설사가 아닌 타워크레인 전문 임대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현장이 개설되면 원청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 임대회사와 임대계약을 체결한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특정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타워크레인 작업이 시작될 때 타워크레인 임대회사에 고용이 된다.

타워크레인 임대회사들은 장비를 임대할 뿐 시공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원도급사(원청 건설사)와 단종(전문건설업체) 같은 건설사들의 작업지시에 따라 자재 인양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고용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다른 엄연한 (불법)파견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고용구조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아무도 속 시원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2000년 전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을 만들고, 2001년부터 100여개에 달하는 타워크레인 임대사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다. 임금이 조금씩 높아졌고 단체협약의 내용도 발전되어 왔다. 고용안정 문제와 관련되어 마찰은 있었을지언정 임단협에 명시된 임금을 깎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건설노조 탄압과 심각한 건설 경기 위기 등을 겪으며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났다. 원도급사가 너무 낮은 금액으로 타워크레인 대여계약을 하여 임단협상의 임금을 못주겠다고 하는 임대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임금을 못 주겠으니 조합원들은 들어오지 말거나, 임금을 낮춰서 들어오라고 버젓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23년 건설노조 탄압 당시는 소위 ‘월례비’ 문제를 가지고 수백명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소환을 당하는 상황이었다. 타워크레인 저단가 대여계약과 임금 후려치기가 만연했고, 조합원들은 현장에 고용되지 못했다. 20년 넘게 투쟁하며 쌓아왔던 성과들이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만연했다. 대응 논의를 거쳐 시공평가순위 100대 건설사를 선정하고, 전국 동시다발로 타워크레인 저단가 대여계약에 반대하는 투쟁을 시작했다.

올해 5월부터 원도급사들 본사 앞에서 저단가 대여계약에 항의하는 투쟁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시공능력평가 100위 안에 드는 현대건설, GS건설, DL건설 등 40여개에 달하는 건설사들을 만나 타워크레인 저단가 대여계약의 중단을 촉구하였다. 많은 건설회사들이 임단협상 임금을 못줄만큼의 타워크레인 대여계약을 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타워크레인 저단가 대여계약은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중대재해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에 건설산업기본법 제68조 4항(타워크레인 대여계약 적정성 심사 등)이 마련되어 있다. 적정한 장비를 쓰고, 적정한 임금으로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하여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이라는 뜻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타워크레인 저단가 대여계약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더 중요한 요구는 고용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우선 임금, 임대료 분리 계약으로 임금저하를 막으라고 주장하였다. 원도급사들은 타워크레인 임대료 부분만 책정하고, 어떤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고용하는가에 따라 임단협상의 임금을 책정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원도급사들이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원도급사(사용사업주)들이 고용사업주의 지위도 갖는 것이다. 고용과 관련된 책임성이 명확해지고 각종 노동조건의 문제를 원도급사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다.

발주자 → 원도급사(종합건설회사) → 하도급사(전문건설회사) → 불법/편법 업자의 다단계하도급 구조 맨 아래에 건설노동자들이 있다. 건설현장에서 원도급사들의 정책과 관리·감독에 따라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원도급사들에게 교섭이라도 요구하려고 하면 본인들은 상관없으니 건설노동자를 고용하는 하도급사, 협력회사들에게 가서 이야기하라고 한다.

민주노총의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속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회사들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건설노조의 선도적인 정책들을 개발하고 투쟁해왔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고, 원청 교섭과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의 투쟁이 타워크레인 노동자를 비롯한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원도급사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갈수록 불안해지는 건설노동자들의 고용개선 방안으로 나가야 한다.

정민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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