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에 사과문이 붙어있다. 정효진 기자

검찰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지연 사태 등을 본격 수사하고 나서면서 티몬·위메프 경영진의 사기·횡령 혐의 처벌 가능성이 수사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경영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사기·횡령죄 내용을 잠정적으로 적시했다. 법조계에서는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과 비슷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의 이른바 ‘자금 돌려막기 정황’이 사기·횡령 혐의의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도 머지포인트 사건과의 유사성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수사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사태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1일부터 최근까지 티메프 본사와 경영진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1조원대 사기 및 400억원대 횡령 혐의’를 잠정적으로 기재했다. 금액은 수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압수수색 영장은 현재 시점에서 혐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정도로, 보수적으로 작성된다”고 했다.

검찰은 이들이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입점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해 상품을 판매해왔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판매대금이 다른 회사 인수 등 별도의 목적으로 사용됐다면 횡령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은 티메프와 그 모회사인 큐텐이 티메프 자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내부 절차나 규정을 무시한 정황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포인트 판례 보니…‘경영진 돌려막기’ 사기 혐의로 인정

검찰은 압수수색에 앞서 2021년에 불거진 머지포인트 사태와 티메프 사건의 유사성 분석을 마쳤다. 머지포인트 사태 때에도 업체들의 돌려막기가 사기 범죄로 인정됐다.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외식체인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머지머니’를 판매하면서 20% 할인율이라는 파격적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사업자 등록 없이 사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21년 8월 주요 가맹점들은 계약을 해지했고 대규모 환불대란이 터졌다.

머지포인트 사태 재판의 핵심은 ‘경영진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을 알았음에도 소비자들을 속여 계속 판매를 했는지’였다. 사기죄는 타인을 속여 재물을 가로채거나 재산상 이득을 얻으면 성립한다. 1심 재판부는 머지플러스가 별다른 수익사업이나 외부투자 없이 막대한 할인비용을 부담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사업구조였고, 이들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음에도 ‘돌려막기’ 식으로 판매를 계속했다며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경영진 2명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8년을 확정받았다.

법조계에선 티메프 사태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티메프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액이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다. 최근엔 이 같은 자금 문제를 인식하고도 이른바 ‘상품권깡’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단기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각종 상품권을 액면가의 7~10% 할인된 금액에 판매하는 무리한 판촉 행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미정산 이슈가 터지기 전인 지난달 9일 팀 회의에 참석한 위메프 직원의 수첩에는 ‘할 수 있는 딜은 이번 주에 다 하기’, 23일엔 ‘회생절차 밟을 예정’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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