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에서 1억짜리 주사를 어떻게 놔줍니까.”

자녀가 희귀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에스엠에이·SMA)을 앓고 있는 문종민(52)씨는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다음달 치료 일정이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다. 척수의 운동 신경세포가 손상돼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에스엠에이를 치료하려면 ‘스핀라자’라는 이름의 치료제를 1년에 수차례 맞아야 하는데, 정해진 상급종합병원에서만 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치의인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 치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씨는 19일 한겨레에 “에스엠에이 치료제는 척수강 내 주사로 투여해 의료진의 숙련도가 필요한 데다, 약값이 비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정한 병원에서만 맞을 수 있어 병원을 옮기기도 어렵다”며 “치료 일정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몰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이 상급종합병원 교수들로 확대되면서, 이들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및 가족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중증 환자들의 경우 대게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진단 및 검사,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피해 우려가 크다.

난치성 뇌전증과 뇌병변 장애가 있는 ㄱ(6)양이 최근 감기에 걸리면서, 가족들이 비상에 걸렸다. ㄱ양은 온 몸이 굳은 탓에 스스로 기침을 하거나 가래를 뱉는 게 불가능해, 가벼운 감기 증상도 폐렴으로 악화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ㄱ양은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왔지만, 의료계 집단행동 뒤 현재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ㄱ양의 가족들은 “예전에 비슷한 증상이 있을 때는 2∼3일 동안 산소호흡기를 달고 협진을 받았는데, 지금은 약 처방만 받고 있다”며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 등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병원에 빨리 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중증 환자들로선 진료의 적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대표는 “항암 치료 계획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결과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 가장 불안하다”며 “1·2차 병원에서 우리 질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신경내분비종양이라는 병이 있는 걸 모르는 경우도 있다 보니 안 그래도 임상경험이 많은 3차 병원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환우회 회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제때 치료받지 못해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부는 2차 병원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 환자들은 지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빅5(서울 주요 대형병원) 선생님들까지 나가신다면, 환자들은 정말 숨질 수도 있을 거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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