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8월 5일

<김우진 ‘새 역사’ 명중> 4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한 김우진이 박성수 감독을 힘껏 끌어안고 있다. 파리|성동훈 기자

한국 양궁이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했습니다.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 혼성단체 등 5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대기록을 세웠지요. 김우진과 임시현은 나란히 3관왕에 올랐고요. 김우진은 4일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극적인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는 통산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어 양궁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은 물론 한국 올림픽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이번 올림픽 양궁은 ‘어·금·한’(어차피 금메달은 한국)이었지요. 5일 월요일자는 ‘어·1·김’(어차피 1면은 김우진)이었습니다.

■8월 6일

<해냈다!> 안세영이 5일 파리 포르트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꺾은 뒤 포효하고 있다. 파리|성동훈 기자

전날 양궁에 이어 안세영이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28년 만에 나온 금메달입니다. 안세영은 중국의 허빙자오를 가볍게 꺾고 우승했습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첫 여자단식 금메달이자, 2008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이후 첫 금메달입니다. 안세영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세리머니를 신나게 펼쳤습니다. 사진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화끈한 표정과 액션이 이어졌지요. 한편, 이날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로 코스피 지수가 8% 넘게 급락하는 등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큰 뉴스였지만 건조한 코스피 종가 숫자가 안세영의 ‘우승 포효’를 넘어설 순 없었습니다.

■8월 7일

<기대 반, 우려 반...한국 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이들은 4주간 특화교육을 받은 뒤 6개월간 서울 시내 각 가정에서 아동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합니다. 파란색 단체복을 맞춰 입고 입국장을 나온 가사관리사들의 모습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한 가사관리사는 “비행으로 피곤하지만 그보다 설렘이 더 크다”고 답했습니다. 시범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주인권단체는 개별 가정에서 일하는 만큼 노동환경과 인권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국 청년들의 설렘이 상처로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8월 8일

<미 대선 민주당 부통령 후보 ‘데뷔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첫 공동 유세 중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면 사진 후보군에서 국내 사진과 외신 사진이 경합을 벌이면 대체로 국내 사진으로 팔이 굽습니다. ‘근접성’이라는 뉴스의 가치가 작용하는 것이지요. 예외가 있다면 미국발 사진입니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사진 쓰는 빈도가 부쩍 늘었습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낙점했습니다. 뉴스 전문채널에서 종일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주요 뉴스라 자주 노출하는 것이겠지만, 자주 노출돼서 중요한 뉴스로 인식되기도 하겠지요. 1면은 첫 공동유세에 나선 해리스와 월즈의 사진이었습니다.

■8월 9일

<태권도 금메달 박태준이 보여준 ‘존중 올림픽’> 박태준이 8일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 시상식에서 가심 마흐메도프가 시상대에 오르는 걸 부축해주고 있다. 박태준은 이날 결승에서 앞선 상황에서 경기 중 다친 마흐메도프의 기권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신화연합뉴스

태권도의 박태준이 8년 만에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우승 순간의 환호에 이어 공중돌기 같은 준비된 세리머니를 펼쳐 보였습니다. 하지만 단연 눈길을 끈 사진은 결승 경기 중 부상으로 기권해 자신에게 우승을 안긴 은메달리스트 마흐메도프와 시상대로 향하는 사진이었습니다. 박태준은 다리를 절뚝이며 고통스러워하는 마흐메도프를 부축하고 시상대로 올랐습니다. 그의 왼손은 부상자의 오른손 위에 얹혀 있었지요. 라이벌에 대한 존중과 위로를 드러내는 그림이었습니다. 우승 환호나 메달 세리머니보다 멋지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금빛’ 매너를 보면서 답 없는 ‘삼류 정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저만 그런 겁니까?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폭염을 견디는 힘이 조금은 생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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