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독립기념관장, 사퇴 요구에 “마녀사냥 하듯”

백선엽 등 친일파 미화 논란엔 “학문적 논의를”

광복회는 ‘뉴라이트에 대한 9개 정의’ 자료 반박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중 저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광복회와 야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김 관장은 백선엽 장군 등 친일파 옹호 논란에 대해서 “학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광복회는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는 뉴라이트”라며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관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사퇴 의사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김 관장은 자신이 ‘건국절’ 제정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과 1948년 미군정으로부터 해방 중 어느 게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둘 다 중요하지만 1945년 해방한 것이 보다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1948년이 더 중요하다’고 한 것은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이지, 자신이 한 말은 아니라고 했다. 이 명예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성향 학자로 분류된다.

김 관장은 “신용하 (서울대)교수는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고 주장한다”며 “나의 견해도 이 주장과 같다”고 말했다. 앞서 광복회는 정부가 그를 중심으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의심한 바 있다.

김 관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국부로 모시자는 자신의 기존 주장에서는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을 높이는 것이 임시정부와 4·19혁명을 계승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이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서 추대하느냐에 대해선 (고민 할)시간이 필요하다”며 “사인으로서 학자와 공인으로서 관장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일파를 미화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학문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국가기관이 만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는 1005명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민간단체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은 4389명으로 규정했다”며 “보고서에 등재되지 않은 80%의 인물 중에 (친일 활동에 대해)변명하는 분도 계시니까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학문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간도특설대 활동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백선엽 장군 옹호 논란을 두고는 백 장군이 조선인을 공격한 기록이 없다면서 “조선인을 공격했는지는 학문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4·3사건의 ‘남로당의 폭동’에서 비롯됐다는 취지의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도 “학계에서 토론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자신에 대한 광복회와 언론의 비판에 “마치 중세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서 화형에 처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회는 김 관장이 기자회견을 하던 시간에 ‘뉴라이트에 대한 9개 정의’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광복회는 해당 자료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단체인 광복회는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단체’로 깎아내리는 자나 단체 등을 뉴라이트라고 정의한다”고 밝혔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은 편찬과정 또는 발간 후 후손 등 관계자들의 이의신청이나 법적 제기에 단 한 건도 패소한 적이 없다”면서 “정부는 ‘행위자’를 중심으로, 민간학계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묻는 ‘지위와 행위’으로 기준을 삼아서 수적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또 “백 장군은 이미 자신의 자서전에서 항일세력 토벌에 성과를 올린 것을 사실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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