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유진그룹이 방송통신위원회에 YTN 인수를 승인해달라며 제출한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와 (오른쪽)지난 2022년 11월 ‘YTN 민영화 추진 문제점과 바람직한 소유구조 모색’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사진=노종면 의원실, 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 YTN 인수를 승인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신청서에서 유진의 YTN 인수에 반대하는 언론운동가 인터뷰를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목에서 절반 이상 분량이 기존 출판 서적 인용으로 채워진 사실도 확인됐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유진이엔티(유진그룹)의 <보도전문방송채널사용사업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를 보면, 유진그룹은 문건 첫 글인 ‘개요’에 ‘공영방송 YTN의 민영화 배경’에 대한 입장을 담았다. 유진그룹은 1.5쪽 분량의 이 글에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의 발언을 각주로 인용 표기해 “공영방송이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자본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 자체는 달리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출처 문헌은 밝히지 않았다.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보도전문방송채널사용사업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 첫 글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을 인용 출처로 밝히는 대목.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하지만 인용된 문장들은 오히려 유진그룹의 인수 과정을 ‘문제가 되는 민영화’라고 강조한 글에서 확인됐다. 원글의 출처는 시사인 기사 <YTN 매각이 한국 언론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민간자본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짚는다. 언론 미디어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 노하우가 있다거나, 좋은 언론사로 만들 경영능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장점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 관련 기사 : YTN 매각이 한국 언론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 / 시사인 ]

시사인은 바로 다음 문장부터 유진그룹의 인수 과정에 대한 김 위원장의 비판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입찰 경쟁으로 이뤄진 YTN 매각에는 이와 관련된(미디어 관련 노하우나 경영능력) 검증 과정이 생략됐다’고 전하면서 이번 유진의 인수가 “엄청난 특혜”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유진의 인수가 “공적 소유를 가진 보도전문채널을 민간 소유로 전환하는 첫 사례”라며 “방통위가 방송사 최초 승인심사에 준하는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시사인 ‘YTN 매각이 한국 언론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 기사 갈무리

김 위원장은 “유진기업이 향후 YTN을 누구에게 팔지는 전적으로 자본의 이해에 맡겨진다. 보도전문채널의 영향력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그 토대를 이번에 만들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통화에서 “(유진 측 신청서는) 코멘트를 왜곡해 악용하고 있다. 게다가 나는 ‘공영방송에 위 같은 문제점이 있다’는 말은 한 적도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신청자인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전무한 유진을 드러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이 민영화에 지속적으로 반대했고 기사에도 비판 의견을 냈다. 그런데 신청서 작성자는 기사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문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진은 이 발언을 최대주주 변경신청 근거로 가져다 쓸 정도로 미디어 정책에 무지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3년 10월20일 ‘YTN 불법매각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사진=언론노조

신청서의 또 다른 부분은 기존 출판 서적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유진은 최대주주 변경승인 신청서 첫 문장에서 “우리나라의 방송체제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다공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케이블TV 등을 비롯한 유료 매체에서는 공영방송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특히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 매체는 많은 숫자가 공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민영화’(2019, 김영배 계명대 언론영상학 교수 저)에 나오는 문장과 대동소이하다.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보도전문방송채널사용사업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 문건의 본문 첫 글에 해당하는 ‘공영방송의 민영화 배경’. 노랑 사각형 표기는 ‘공영방송의 민영화’(2019, 김영배) 내용을 대다수 포함한 대목에 해당한다. 초록 사각형 표기는 비문이다. 붉은 사각형 표기는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발언을 실제와 정반대 취지로 인용한 대목에 해당한다.

이 신청서와 책 내용을 비교하면 ‘유례없는 → 보기 드문’ ‘추세다  → 추세이며’ 등 일부 단어와 문장을 끝맺는 방식이 다른 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구절이 일치한다. 전체 5문단 가운데 3문단, 11개 문장 가운데 6개에서 이렇게 일치하는 문장이 포함됐다. 유진 측은 전체 글에서 두 군데에 각주로 저서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왜곡·복붙 논란의 신청서는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전례 없이 빠르게 승인·의결한 방통위의 검증이 졸속이었다는 비판을 뒷받침할 수 있다. 유진그룹 언론담당자는 21일 관련 질의에 “YTN 최대주주 변경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승인신청 내용과 과정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방통위에 문의 바란다”고 답했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 담당자는 “최다액출자자변경승인 심사위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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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2019년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고삼석 동국대 AI융합학부 석좌교수는 “법적으로 보도전문채널 최대주주 변경승인은 방통위의 권한이고, 심사 결과에 대한 책임도 방통위 몫”이라며 방통위 측 입장을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26일 “왜곡, 복붙 신청서와 졸속 검증을 통해 방통위가 YTN을 무리하게 매각 승인한 정황이 또 드러났다. YTN 매각의 행정절차는 무효”라며 “방통위 입장은 심사위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YTN 매각이 졸속으로 진행됐음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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