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가 28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장 내 안전조치를 게을리해 가스 중독사고 등으로 근로자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영풍 석포제련소 경영진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28일 오후부터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위반’ 대표 영장심사

박 대표는 이날 오후 3시15분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 2층 제2조정실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법정으로 들어섰다. 검찰은 경영책임자인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배 소장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해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6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내 유해물질 밀폐설비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공장 2층에서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맹독성 ‘비소(아르신) 가스’에 노출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소 가스에 노출된 협력업체 근로자 4명 중 60대 근로자 1명은 같은 달 9일 비소 중독으로 숨졌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중앙포토

비소중독·열사병 등 잇단 사망사고

이 사고에 이어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3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근로자 1명이 숨지고 이달 2일에도 하청 근로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 관계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 근로자 생명과 안전히 보호될 수 있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경영진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업체 대표가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날 오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도 공장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대구지법 안동지원 앞에서는 환경단체가 영풍 석포제련소 경영진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원앞 환경단체 “구속 촉구” 집회도

안동환경운동연합은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이윤만을 위한 경영을 하며 노동 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탓”이라며 “서류상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가 아닌 실질적인 사주를 처벌해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대구지법 안동지원 앞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이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제련소장 구속영장 집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8년 폐수무단방류로 조업정지 10일, 2019년에는 폐수시설 불법 운영으로 조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영풍은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2심 패소에 이어 현재 대법원 상고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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