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세대별 차등 보험료·모수 자동 조정 도입 공식화

복지부, 내달 4일 세부안 발표…21대 국회 공론화안 뒤집어

“세대 갈라치기 부추겨” “자동안정장치 시기상조” 우려 빗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법률에 명문화하는 등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밝힌 2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한 시민이 연금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언급한 연금개혁안의 골자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와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소득 보장보다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방향이다. 청년과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연금 급여를 인구·물가 등 거시경제 지표와 연동해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으로 연금의 형평성과 장기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국민이 받는 연금 급여는 전보다 줄어들게 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 합의안을 뒤집은 것이어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세대별 차등 보험료 도입을 공식화했다.

세대별 차등 보험료는 청년층의 보험료는 천천히 올리는 반면 장년층의 보험료는 빨리 올려 세대별 인상 속도를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2030세대는 매년 0.5%씩 보험료를 올리고 4050세대는 1%씩 인상해 소득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장년층과 낮은 청년층의 형평을 맞추는 방식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보험료 부담 수준을 나누는 상세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령별 기준을 칼로 자르듯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연령에 따라 보험료에 차등을 둔다는 구상 자체가 연금의 소득재분배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30대라도 소득이 높은 계층이 있고, 50대 비정규직처럼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도 있다”며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재분배인데, 이 원칙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간 갈라치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없고 새로 정하기도 어려워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가 불필요한 세대 갈라치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자동안정장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았다.

자동안정장치는 경제 상황이나 인구통계에 따라 보험료율(내는 돈)·소득대체율(받는 돈) 등 제도의 모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출생률이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등에 재정 안정을 위해 자동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남 교수는 “자동안정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금이 안정된 다음에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라며 “국민적 합의 없이 국고지원 관련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도입해봐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령화와 낮은 출생률,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번 연금개혁안은 결국 연금 급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세대별로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달리한다 해도 자동안정장치를 가동하면 전 세대 연금 급여가 낮아진다. 앞서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한 핀란드의 경우 연금 급여가 장기적으로 24% 삭감됐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급여 수준을 인구 변동에 따라 삭감한다는데, 심플하게 보면 모두의 연금 급여를 깎겠다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낮은 연금 급여로 난리인 상황에서 이런 접근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4일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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