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2차 하청업체여도 근로관계 실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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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기아자동차비정규직회 관계자들이 2022년 10월27일 대법원 선고 이후 악수를 하고 있다. 이때 현대차 울산공장 2차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은 불법파견이 인정되지 않았다. 권도현 기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차 사내하청’ 생산관리 공정 노동자들이 13년여 만에 파기환송심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이번 판단은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단을 받는 데까지 12년, 다시 서울고법에서 변론을 진행한 지 약 1년 10개월 만에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현대차 2차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파기환송 항소심에서 지난달 2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10월27일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400여명에 대해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중 현대차 재하청업체 노동자 3명에 대해선 “근로자파견 판단요소를 구체적으로 심리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중 1명은 사측과 화해 결정으로 마무리했고 2명은 소송을 이어갔다. 이번 판단은 대법원과 서울고법을 다시 거쳐 13년여 만에 나왔다.

원고들은 현대차 2차 사내 하청업체에서 2008년부터 근무했다. 울산 4공장에서 ‘생산관리 공정’인 ‘서열·불출’ 업무를 했다. ‘서열’은 부품을 선별해 정해진 용기에 채워 넣는 일이고, ‘불출’은 채워 넣은 용기를 조립라인으로 운반하는 일이다. 이들은 서열·불출 업무도 생산라인과 직·간접적으로 연동돼 있어 원청으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재하청업체와는 근로계약을 맺지도 않고 업무수행에 관한 지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2차 업체라고 하더라도 근로관계의 실질을 따져야 한다며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수행한 서열·불출 작업은 현대차가 설계한 시간당 생산량 등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연장 및 휴일근무시간 등도 현대차가 정한 시간에 구속됐다”고 밝혔다. 재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 업무를 일부 보조한 것도 인정했다.

그간 법원은 불법 파견 인정범위를 1차 하청의 직접 생산공정에서 간접 생산공정으로 점차 확대해 왔다. 그러나 2차 하청업체, 그중 생산관리 공정 노동자에 대해선 대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조세화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생산공정 업무가 아니면 부품·물류 업무로 규정해 원청의 직접 지휘·명령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세부적으로 공정별 판단을 하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7월25일 대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 1·2차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3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상고심에서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숙연 대법관이 서울고법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1차 간접생산 공정은 물론이고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지위 모두 인정하지 않은 사건으로도 알려졌다. 대법원은 원심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근로관계의 실질”을 따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조 변호사는 “2차 하청업체라고 해도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묵시적 계약 관계’에 있다면 근로자지위 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판결로, 대법원에 이어 하급심에서 나온 판결이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명확한 판단 기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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