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깃발과 태극기가 지난해 6월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KBS 이사회가 야권 성향 이사들이 불참한 채로 서기석 이사장을 연임시켰다. KBS 야권 성향 이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새 이사진 추천과 대통령 재가 관련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조속한 판단을 요청했다.

KBS 이사회는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새 이사장으로 서기석 이사를 선출했다. 서 이사장은 지난해 8월14일 해임된 남영진 전 이사장에 이어 이사장직을 수행해 왔다. 서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KBS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KBS가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KBS 이사회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2인 방통위’가 추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7명의 이사(권순범·서기석·류현순·이건·이인철·허엽·황성욱)와 후임자가 지정되지 않아 임기가 연장된 4명의 이사(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로 구성돼있다.

정재권, 이상요, 류일형, 김찬태(왼쪽부터) KBS 이사가 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이사회 불참을 선언하며 서울행정법원의 조속한 효력정지 결정을 요청하고 있다. 박채연 기자

이날 야권 성향 이사 4명은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이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의 ‘방통위 2인 체제’는 지난 7월31일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구임을 망각한 채, 공모의 필수 절차인 심의를 생략한 채 졸속과 날림으로 7명 이사를 추천하는 폭거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사장 선출 강행 후 새 이사회는 KBS 구성원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박민 사장의 조직개편안 처리는 물론이고, 오는 12월 임기가 끝나는 박 사장의 후임자 선정 작업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며 “법적 타당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추천, 임명된 이사들이 이를 속전속결로 처리한다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공성과 공정성, 독립성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고 했다.

류일형 이사는 “여권 성향 이사로 분류되는 이석래 이사가 공개한 지난해 박 사장 선임 과정 중 이사회의 부당한 압력은 충격적이었다”며 “박 사장 선임 과정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무도한 회의 진행을 했던 서 이사장이 연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지난달로 임기가 만료된 이 이사는 지난달 29일 사내 게시판에 게시물을 올려 “제가 현 사장의 임명을 반대하던 때 저에 대해 근거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리고 심지어 뒷조사에 협박까지 하면서 충성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구태가 척결되지 않는 한 KBS의 정치적 중립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KBS는 그 존재 이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다.

KBS 야권 성향 이사 4명과 임기가 만료된 조숙현 이사는 지난 27일 방통위의 KBS 이사진 추천과 윤 대통령의 재가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방통위는 해당 소송을 배당받은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일 KBS 구성원과 시민 2200명의 인용 촉구 탄원서를 서울행법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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