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칼럼

전우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사업본부장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단골 기사 중 하나가 ‘고독사’ ‘생활고 비관’ 등을 타이틀로 한 복지사각지대 이야기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힘들고 우울한 단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나와 상관없는, 내 주변에서 찾기 힘든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럴까?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작은 빌라에 사는 6세 아이를 둔 어느 평범한 가족 이야기다. 특별할 것 없던 이들 부부는 어느 날 부부싸움을 하게 됐고, 다툼이 거듭될수록 아이는 혼자 남겨졌다. 부부의 외박과 가출은 반복됐고, 이들에게 아이는 서로의 짐이 됐다. 혼자서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아이는 동네 편의점을 수시로 드나들며 김밥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다 못 한 편의점 주인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사무소로 연락했고, 아이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편의점 주인이 사각지대 발굴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부는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가정의 위기 상황에 일일이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바로 ‘민간과의 협력체계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좋은이웃들’ 사업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 좋은이웃들 사업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목적사업 중의 하나로,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민간차원에서 복지소외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통반장·집배원 등 지역주민을 ‘발굴자원봉사자’로 조직하고, 이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위기가구를 발굴한 후, 공공과 협력해 긴급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좋은이웃들의 연간 봉사자는 6만8000여명, 발굴 실적은 3만7000여건, 자원연계 실적은 16만7000여건 규모다. 특히 의미 있는 것은 2023년도 동사업 국고예산이 약 26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마중물로 민간자원을 개발·연계한 금액은 95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공공차원에서 수행하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과 중복 여부 논란이다.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가 공공전달체계를 통해 할 수 있는 대책은 한계가 있고, 이를 보완하는 ‘보완재’ 역할이 필수다. 다른 복지정책들은 중복 여부를 따져서 국고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옳다. 예외가 있다면 바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관련 정책이다. 오히려 복지사각지대와 관련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은 ‘중복’적으로 해야 한다.

공공이 ‘씨줄’이면 민간은 ‘날줄’로 짜야 완전한 안전망이 만들어진다. 한쪽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송파세모녀 사건’ 등과 유사한 내용을 매일 접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좋은이웃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국 시군구 단위의 네트워크가 조직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공공과 함께 사회복지협의회가 민간 사회안전망으로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핵심 역할을 기대한다. 더불어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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