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위원 교체 이후 방송사들에 더 강한 수위의 징계를 내리고 있다.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위원이 중도 사퇴하고 강경한 입장의 보궐 위원이 오면서 위원 간 의견이 엇갈렸던 안건 심의에서 중징계 ‘과반’을 넘기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법정제재를 받지 않던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등 방송들까지 모두 법정제재가 나오자 방송사들은 의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최창근 선방심의위원은 지난달 중도 사퇴해 2월29일 열린 8차 선방심의위 회의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달 14일 열린 10차 회의부터 김문환 위원이 참여했고 김 위원은 12차 회의 기준 총 6건 법정제재에 동참했다. 현 선방심의위가 지금까지 내린 총 17건의 법정제재 중 6건이 보궐 위원 임명 후 3차례 회의 만에 달성됐다.

김문환 위원 임명 이후 선방심의위 법정제재는 고정적으로 ‘5인’이 주도하고 있다. 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 위원이다. 9명 가운데 5인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선방심의위는 MBC 외에도 가톨릭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등 비교적 논란이 되지 않았던 방송에도 법정제재를 내리고 있다. 최창근 위원이 참여한 7차 회의까지는 주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만 법정제재를 받았다.

실제 회의록을 보면 최창근 위원이 ‘행정지도’나 ‘문제없음’ 의견을 내면서 법정제재가 무산된 사례가 다수 나온다. 4인(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이 법정제재 의견을 내도 다른 5인(박애성·심재흔·임정열·이미나·최창근)이 행정지도 의견을 내면서 무산되는 식이다. 의결내역을 조사해보니 최창근 위원은 지상파 기준 39개 안건에서 26개 행정지도 의견을 내렸다. 최 위원은 주로 진행자의 주관적 발언이 문제가 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한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반면 김문환 위원은 10·11차 회의에서 지상파에 모두 법정제재를 내렸다. MBC를 넘어 YTN, CBS, 평화방송 등 대상도 다양해졌다. 그 결과 ‘김혜영의 뉴스공감’, ‘김종배의 시선집중’, ‘박재홍의 한판승부’ 등 프로그램에 모두 법정제재가 나왔다. 수위도 ‘관계자 징계’로 중징계 중에서도 고강도 제재에 속한다. 5인이 ‘관계자 징계’를 주장하고 4인이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를 주장하는 등 심의가 극단으로 엇갈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송사들은 ‘위원 교체 의도가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MBC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5개월 한시 조직에서 위원의 중도 사퇴는 흔치 않고 석연치 않은 일인데 그 후임자가 특정 매체를 겨냥한 듯 과잉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는 건 더 특이하다”며 “가뜩이나 선방위가 편파, 정치 심의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갑작스런 위원 교체에 대해서도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중호 언론노조 CBS지부장도 “도무지 납득가지 않는 징계를 남발하는 선방심의위에서 전례 없던 위원 교체가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특히 강성 성향 위원들이 4명으로 과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돌던 가운데 온건 성향 위원이 교체됐다는 점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선방심의위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중도 사퇴한 위원은 단순히 ‘추천 단체의 집행부 임기가 끝나서’라고 해명했다. 최창근 위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사무총장 임기가 2월 말에 끝났다. 원래 KBS·MBC·SBS등 방송사들이 돌아가면서 2년 임기를 맡는다”며 “선방심의위원 자체가 개인의 힘으로 된 게 아니다. 한국방송기자클럽에서 추천한 것이니 (집행부) 인수인계하면서 클럽이 후임을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기자클럽은 지난 2월 제18대 회장으로 이선명 전 SBS 뉴스텍 대표이사와 사무총장으로 차병준 전 SBS 경제부장을 선임했다. 보궐로 온 김문환 위원도 SBS 기자 출신이다. 전 KBS 편집주간 최창근 위원은 제17대 한국방송기자클럽 사무총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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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준 한국방송기자클럽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선방심의위 관련 부분은 아는 바가 없다. 선방심의위원 추천 권한은 회장 권한”이라고 말했다. 3일 이선명 회장에 김문환 위원 추천 배경이 무엇인지, 위원 교체 배경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김문환 위원은 “저는 추천받은 것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인지는 알지 못한다”며 “제 오랜 어떤 기자 생활의 경험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건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해 제22대 선방심의위를 구성하면서 언론인단체 추천 몫을 방송기자연합회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으로 바꿨다. 통상 선거방송심의위 추천 단체는 방심위 상임위원들이 정하는데, 야권 추천 상임위원이 임명되지 않아 여권 추천 상임위원 2인(류희림·황성욱)만의 결정으로 추천 단체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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