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 회장. ⓒ연합뉴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이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으로 재선임되자 “언론 신뢰에 거스르는 퇴행”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 회장은 횡령, 전북일보 대주주 옹호 보도 의혹, 이를 비판한 시민단체 고발 등으로 윤리적 비판을 받고 있어 이사장 취임 당시에도 사퇴 요구가 나온 인물이다. 신문윤리위측에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재선임됐다”며 “(서 회장의) 전력에 대해선 신문윤리위가 심사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지난달 27일 정기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서창훈 회장을 이사장으로 재선임했다. 서 회장은 당시 전북일보 사장을 맡고 있던 2005년 전북일보사 별관 매각 대금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우석대의 등록금을 계열사로 빼돌린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북일보 최대주주인 부동사 개발회사 ‘자광’에 대한 방직 부지 재개발을 옹호하는 다수의 사설·칼럼을 지면에 게재해 유착 관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북일보와 자광은 이런 행태를 비판한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고소·고발했다가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돌연 취소했다. 20대 대선에선 현직 언론사 회장 신분으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모임인 ‘신복지전북포럼’ 수석 상임대표에 이름을 올려 정언유착 논란이 제기됐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논란을 바탕으로 2022년 서 회장이 신문윤리위 이사장에 임명됐을 당시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 네트워크가 2022년 8월19일 프레스센터 앞에서 서창훈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윤수현 기자

하지만 서 회장이 이사장직에 재선임되자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네트워크는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사회적 책임과 자율규제 기구의 위상에 맞는 이사장을 선임해야 마땅할 신문윤리위가 결국 ‘범죄 경력’과 ‘토호 유착’, ‘정언유착’으로 비판받아온 서창훈 이사장 재선임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리성과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자율규제기구 수장에 범죄 전력이 있는 인사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전국민언련네트워크는 “신문윤리위는 언론 신뢰 회복과 자율 규제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퇴행을 보이고 있다”며 “신문윤리위의 설치 목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를 이사장에 재선임함으로써 그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서창훈 이사장의 재선임은 신문윤리위의 폐업 선포”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저널리즘 신뢰와 윤리의 위기 시대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신문윤리위가 서창훈 이사장으로 인해 도덕적 권위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서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신문윤리위와 서창훈 (이사장) 모두 묵묵부답이었다”고 비판했다. 

신문윤리위의 제재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신문윤리위가 신문사에 내린 제재(지면 기준)는 445건이며 이중 ‘주의’는 442건이다. 이에 언론사가 자율심의를 따르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자율규제기구가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신문사에 주의 제재를 반복적으로 내리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주의는 신문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약한 수위의 제재다.

▲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홍보 이미지 갈무리

전국민언련네트워크는 이번 논평에서 “자율 규제 대상인 신문 사업자가 운영 주체가 되는 신문윤리위의 구조적 한계가 심의와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없는 언론자율규제기구에 대한 기대는 환상임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도 같은 날 성명에서 “언론노조와 언론 현업단체들은 언론의 신뢰 회복과 도덕적 규범의 재구축을 위한 통합자율규제기구의 출범을 타진해왔다”며 “신문사 사주와 경영진의 친목 단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 신문윤리위에 더 이상 미련은 없다”고 했다. 

신문윤리위측은 4일 서 회장 재선임 관련 비판에 대한 질의에 “신문윤리위 이사회는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에서 추천한 이사로 구성돼있다. 이사장은 (해당 추천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호선된다”며 “정당한 절차를 걸쳐 이번에 재선임된 것이고, 세 단체에서 추천하는 인사의 전력에 대한 사항은 신문윤리위가 심사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이사장은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윤리위원을 위촉하는 정도만 관여하고 그 외의 신문윤리위 운영엔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2022년 말에서 2023년 사이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서창훈) 이사장 관련 내용을 포함해 신문윤리위 보조금 운영이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여부를 감사받았다”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감사 의견을 제출하고 답변 받았고, 법령 또는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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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위 제재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선 신문윤리위측은 “결과로만 보면 전년 대비 차이가 없는 등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곤 하지만, 실제 심의하는 과정에선 계량적 부분 말고도 정성 평가와 자체적 이행조사 등을 통해 분명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며 “심의 상정 건이 1000건이면, 모니터 건수는 그 배 이상이다. 그 안에서 ‘주의’로 넘어가지 않고 유보되거나 불문되는 건들도 많다. 그만큼 개선이 되는 부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본지의 전화 및 재선임 관련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문자 취재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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