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위해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추진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여야 대표를 잇달아 비공개로 만나며 물밑 소통은 이어가고 있지만, 협의체 참여 관련 의협의 공개 입장은 지난 13일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게 마지막이다. 의료계는 ‘2025년도 증원 백지화’ 등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여야가 정부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 주길 기다리는 모습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22일) 임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지도부와 1시간 50분에 걸쳐 간담회를 가졌지만, 협의체 관련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임 회장은 앞서 지난 19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지만, 이 자리에서도 별다른 결실은 없었다.

전날 민주당-의협 간담회에서는 정부를 제외한 ‘여·야·의 협의체’ 관련 논의가 오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 협의체 제안에 대해 “(간담회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정부가 너무 태도 변화가 없으니 한 분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관계자도 “아직 그런 논의를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여야와 활발히 대화는 하고 있지만, 결국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료대책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튿날(24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에 대해 “보여주기식 식사 자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증원 백지화 여부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을 부각하며 대책 마련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조정이 불가하다는 정부와 달리, 민주당과 한 대표는 협의체에서 의제로 다뤄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협의체에 의료계가 참여하기 위한 조건이나 상황 등을 볼 때 2025학년도 정원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야 한다”며 “여당과 정부의 입장이 갈리고 있는데 신속하게 정리해야 협의체가 출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24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 이후 정부 입장이 변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수도권 의과대학 교수는 “아직 대통령실 입장이 매우 경직돼있어 대화의 여지가 없다”며 “한 대표가 내일 회동에서 조금이라도 입장 변화를 이끌어주길 바라지만,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얼마나 각을 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단사직에 동조하지 않은 전공의들 신상을 담은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씨가 지난 20일 구속되자, 의료계는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것이 현 정부의 행태”(서울시의사회)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뿐 아니라 사직 전공의에 대한 수사 중단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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