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9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는 모든 지자체가 일정한 행정 수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지방교부세의 재정력 격차 완화 효과가 최근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전국 지자체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방교부세의 재정자주도 10분위배율 개선율이 2019년~2023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재정자주도 10분위배율은 재정자주도가 높은 상위 10% 지자체의 재정자주도를 하위 10% 지자체의 재정자주도로 나눈 값이다. 재정자주도는 전체 세입에서 사용처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쓸 수 있는 재원의 비율을 뜻한다.

지방교부세 규모는 97%를 차지하는 보통교부세의 크기가 좌우한다. 보통교부세는 기준재정수요액에서 기준재정수입액을 뺀 값에 조정계수를 곱해 지자체별 배분액이 결정된다.

재정수요액은 지차체의 면적과 인구 구조 등을 감안해 이 정도 지자체에는 이 정도 행정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토대로 나온 수요액이다. 수요액 대비 수입액이 작을수록 더 많은 교부세가 배분되면서 지자체 간 재정력 차이를 축소하는 효과를 낸다.

용혜인 의원실의 분석 결과 2019년의 경우 지방교부세를 제외했을 때 10분위배율이 4.1배인데, 지방교부세를 포함하면 이 비율이 1.9배로 낮아졌다. 지방교부세로 재정력 격차가 축소됐다는 의미이다. 개선율은 55.1%이다. 이 개선율은 2020년 41.8%로 큰폭으로 내려앉은 뒤 2021년 46.6%로 반등했다가 2022년 34.7%를 거쳐 2023년 18.6%로 떨어졌다. 재정력이 약할수록 더 많은 교부세를 배분받는 비례성이 약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방교부세의 전국 시군구 재정력 격차 완화 효과 추이

행정안전부 2019~2023 전국 지자체 일반회계 세입항별 세입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지방교부세의 재정력 격차 완화 효과가 2019년에서 2023년 사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분위 배율은 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이고, 개선율은 반올림 전의 값으로 계산했다. 자료: 용혜인 의원

용혜인 의원실은 행안부가 보통교부세 배분과 관련해 정해둔 각종 페널티와 인센티브 제도가 재정력이 약한 지자체가 더 많은 교부세를 배분받는 구조를 교란하고 있다고 봤다.

정부는 재정수요액과 재정수입액 산정과 관련해 총 13종의 ‘자체노력’ 기준을 두고 있다. 행사·축제성 경비를 절감하면 보통교부세 산정에서 재정 수요액을 늘려주고, 지방세 징수율을 높이거나 체납액을 축소할 경우 재정수입액을 줄여주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같은 자체노력 기준은 지자체의 건전재정을 위해 필요하나, 구조적으로 세수 확충이 어려운 지자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용혜인 의원실이 보통교부세 제도 관련 지자체 의견을 수렴한 결과 47개 지자체 중 7개 지자체에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주는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행사·축제성경비 절감 요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감액 페널티를 주는 대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거나, 국경일이나 국가기념일 행사는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자체노력 인센티브와 페널티 절대 규모가 크지 않아 보통교부세 배분을 교란한다는 주장은 무리”라면서 “재정운용상 최소한의 도덕적 해이 장치로 작동하면서 오히려 균형재정과 자치 재정권을 강화시킨다”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준이 다양해 재정자주도로만 지방교부세의 재정격차 완화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문제제기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건전재정을 위해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강화하면 균형재정 효과가 떨어지는 양날의 칼과 같은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2024년 보통교부세 배분에서 재정수요액과 재정수입액 산정에서 합계 페널티 반영액을 전년 1조원 규모에서 2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보통교부세가 지자체 재정력에 따라 배분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자체노력 준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정도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용혜인 의원은 “풀뿌리 자치권의 강화가 헌법의 가치임을 고려할 때 지방교부세 배분 권한을 지렛대로 삼은 행안부의 지자체 재정 규율이 재정력 격차 완화라는 교부세의 핵심 목적과 지자체의 재정 운용 자율성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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