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들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와 자신들이 직접 겪은 피해를 증언했다.

앞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계엄군 성폭력이 의심되는 52건의 사건을 포착했으나 16건에 대해서만 진상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피해자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추가적인 진상규명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폭력 피해자들 공개증언 나서 "지금도 비슷한 냄새 맡으면 구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권은 30일 국회에서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증언대회는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가 주관했고 추미애 민주당 의원을 비롯하여 민형배·박균택·안도걸·양부남·전진숙·정준호·정진욱·조인철 등 광주 지역구 의원 8명 등 범야권 의원 30명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피해자들은 그간 어디에도 공개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두었던 성폭력 피해를 생생히 증언했다.

최경숙(71)씨는 1980년 5월 19일 또는 20일 저녁 시댁에 맡겨둔 네 살배기 아이를 데리러 차를 타고 가던 도중 전남여고 후문 담벼락에서 총을 찬 얼룩무늬 군복의 계엄군 2명으로부터 붙잡혀 성폭행당했다.

임신 3개월째던 최씨는 그 사건 이후 유산했고 현재까지도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최씨는 "그 아저씨(계엄군)에게서 나던 술·땀 냄새 때문에 지금도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항시 토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최미자(62)씨도 18세이던 5월 20일 전남대병원 인근 골목에서 군인 5명으로부터 폭행·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5·18 이후 쫓기듯 결혼한 남편과의 성관계도 무섭고 싫었고,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결국 이혼했다"고 말했다.

열매 대표 김복희씨도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게 끌려가 조사받던 중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내 잘못이 아니라 국가의 잘못에 의해 생긴 일이기 때문에 그걸 떨치려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며 "아픈 기억을 세상에 드러내는 게 너무 두렵지만, 다시는 국가가 국민에게 무력으로 불행한 일을 하지 않아야 하기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들 [사진=연합뉴스]

5·18 진상규명조사위, 계엄군 성폭력 의심 16건 진상규명 결정

피해자들 "정부 진상규명 움직임 없어.. 추가 진상규명도 필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앞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조사위는 지난 4월 5·18 민주화운동 기간 계엄군 성폭력 사건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성폭력 사건으로 의심되는 52건 중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36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망하거나 조사를 거부했다.

진상규명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진상규명조사보고서'를 채택했고, 이후 대정부 권고사항이 수록된 종합보고서를 정부에 보고했다.

당시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국가는 4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피해자들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주체"라며 "군과 경찰 등 국가 권력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폭력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에선 피해자들에게 '진상규명 결정 통지서'를 보낸 것 외에 별다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매' 간사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40년 동안 이어졌고, 조사위에서 대통령실에 진상규명 결정을 보고했으나 정부는 지난 3개월 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오늘 이 자리는 다음을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부족한 조사 역량 등으로 인해 종합적인 피해 실상을 밝히지 못했고, 이미 보고한 진상규명 결정에 대해서도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추가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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