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지연되며 의료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해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응급실 과부하는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전문의들이 응급실을 떠나면서 전국 시·군·구 '10곳 중 3곳'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시간이 갈수록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의료 대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여야 정치권은 의정갈등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각 임현택 의협 회장을 만나 의정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한 대표는 24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과 별개로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 내 이달 중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다. 반면, 민주당은 의협에 정부를 뺀 여야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응급실 전문의 70%, 추석 연휴 12시간 연속 근무.. 104시간 근무 사례도

'번 아웃' 전문의 이탈 가속.. 10곳 중 3곳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0명'

지난 5일간 추석 연휴 기간 우려했던 수준의 응급실 대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이후인 지난 19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일 평균 2만6983명으로 작년 추석 대비 32%, 올해 설 대비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 기간 개별 사례로 봤을 때 의료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있었으나 대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응급실에서 근무한 의사 10명 중 7명 이상이 12시간 연속 근무하며 공백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수련병원 34곳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에게 추석 연휴가 포함된 지난 13일 오전 7시부터 20일 오전 7시까지 응급실 근무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9.7%인 62명이 12시간 이상 계속 일했다고 답했다.

또, 15명(16.9%)은 16시간 이상, 3명(3.3%)은 36시간 이상 연속해 응급실에서 업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연속 근무를 포함한 총 근무시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31.5%인 28명이 48시간(이틀) 이상 일했다고 답했고, 9명(10.1%)은 64시간 이상, 3명(3.3%)은 나흘 이상인 104시간 이상 진료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체력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있다.

같은 조사에서 전문의들에게 사직 의향에 대해 묻자 절반이 넘는 46명(51.7%)이 그만둘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 복귀가 무산될 경우에는 55명(61.8%)이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전국 시·군·구 10곳 중 3곳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인데 이보다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사단체, 평행선.. 한동훈, 24일 尹과 독대 자리서 돌파구 모색?

하지만, 이를 해결할 여야의정 협의체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이어 임현택 의협 회장을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했으나 아직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의사단체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의협 등 의사단체는 △전공의 수사 중단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교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백지화 등 3대 요구를 제시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이달 초 여야의정 협의체 카드를 제시한 한동훈 대표는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대통령실에)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아직 검토 중이라는 것까지만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당 대표 두 분이 독대하면서 여러 가지 정국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논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독대에서는 그야말로 의제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원래 고수했던 의제의 제한 없이 전제 조건 없이 모두 다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서 의료 공백을 해결하자는 게 목적"이라며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 관련 내용도 논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문제인만큼 여야의정협의체가 꼭 발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당, 의사들이 모여 앉아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이성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내일 정부와 만남이 있으니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 윤-한 만찬 결과 따라 '여야의 협의체' 출범 검토

민주당은 24일 예정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결과에 따라 정부를 제외한 '여야의 협의체' 출범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22일 임현택 의협 회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제일 다급해야 할 곳은 정부고, 또 여당인데 지금은 가장 국민들이 다급해진 것 같다"며 "어쨌든 의협 쪽에서도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데 정부가 좀 개방적으로 좀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이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어렵다면 정부를 제외한 '여야의 협의체'만이라도 논의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공식 제안은 아니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는 얘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한 분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제안이 아니니 그에 대한 답변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국회 차원의 선제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단순한 아디이어 차원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회장도 이날 회담 후 동아일보에 "정부를 제외한 여당과 야당, 의료계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여야의 협의체 출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예정된 '윤한 만찬'에 대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번 만남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식사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길 촉구한다"며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의료대란은 지금 우리 국민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라며 "구체적 성과 없이 회동 자체를 '성과'로 포장하는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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