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외경. 조태형 기자

국민연금공단 지역 지사장(1급)이 부하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 인사 협박 등 갑질을 했다가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의 신고와 조사는 외부·상급 기관을 통해 이뤄졌는데, 국민연금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1급 간부, 욕설에 막말 “늦게 결혼해 애 안생긴 것”

지난 6월 국민연금공단 전북지역 A지사장(1급)은 공단 인근 편의점 앞에서 음주 중 여성 부하 직원 B씨에게 “쌍x아, 미친x아” 등 수차례 욕설을 했다. 이어 “너는 영원히 승진 못 하게 한다. 기금본부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며 인사 협박을 했다. 또 ‘결혼을 늦게 해서 오랫동안 애가 생기지 않았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17년 예산 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B씨가 자신의 예산 지원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게 폭언의 이유였다.

10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A지사장 갑질 사건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접수됐고 공단 내부에도 알려졌다. 당시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앱’에는 “1급이 여성 부하직원에게 1시간 동안 욕하고 인사 협박했다” “가해자를 파면 시켜야한다” 등 가해자 처벌을 성토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건은 권익위를 거쳐 7월에는 국무조정실에서 조사에 착수했고, 8월에는 국민연금공단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로 이첩돼 복지부의 복무감사가 이뤄졌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 캡쳐

당시 감사 보고서를 보면, A지사장은 ‘당시 술에 취해 해당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와 술자리 동석자의 진술이 일치하는 점, 이후 피해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낸 점 등에서 욕설과 인사 협박을 한 사실이 인정됐다.

A지사장 행위, 형법상 ‘협박’ ‘모욕’ 해당…정직 3개월 처분

복지부는 A지사장의 행위는 형법상 ‘협박’과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피해자가 형사 처분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해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와 별도로 감사 과정에서 업무추진과 비위가 드러난 또 경기도 지역 지사장 C씨에게는 주의 및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간부 직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갑질 예방 및 피해보호지침 준수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은 ‘상급 징계위원회’를 열고 A지사장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업무추진비 집행지침을 위반한 C지사장은 주의 및 시정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개인의 비위 행위에 대해 엄중한 징계 조치로 조직 내 경각심을 제고했다”며 “국민 신뢰 및 윤리성 제고를 위해 조직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 비위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A지사장 사건은 권익위과 복지부 등 외부 기관의 조사와 감사로만 실태가 파악됐고, 국민연금공단은 최종 징계를 내리는 결정만 했다. 이 과정을 두고 공단 직원들이 자체 감사를 불신한 탓에 내부 신고를 ‘패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미화 의원은 “심각한 범죄행위인 직장내 갑질과 인사 협박이 버젓이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감사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점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도를 넘은 도덕적 해이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국민연금공단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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