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의결을 마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 사건을 임의로 재조사한 김광동 위원장 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고위직 3명이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 당한다. 진실화해위 기본법(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에서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여 조사관들에게 위법한 재조사를 강요하고 위원들의 의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피학살자유족회) 등이 속한 국가폭력피해 범국민연대의 한 관계자는 19일 한겨레에 “국가폭력피해 범국민연대와 진실화해위정상화를위한네트워크 등 과거사 관련 단체 등이 진실화해위 김광동 위원장과 이옥남 상임위원, 황인수 조사1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이번 주 중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고발을 대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권태윤 변호사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실화해위가 설립 취지에 역행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대신 2차 가해를 하고 있는데, 특히 법을 넘어선 권한 남용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재발방지를 위한 공식적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옥남 상임위원은 한국전쟁기 사건을 다루는 제1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1소위원장 산하 황인수 조사1국장은 1국 내 1~4과 조사관들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다. 과거사 단체 등은 이옥남·황인수 두 사람이 재조사의 불가피성을 강변하거나 재조사를 지시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공범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사 관련 단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전남 함평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함평 사건)과 관련한 김광동 위원장의 재조사 지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28일 열린 제67차 전체위원회에서 ‘함평 사건’ 13명에 대해 여야 추천 위원간 합의로 진실규명 의결이 이뤄졌음에도 희생자 중 ㄱ씨 1명의 사실관계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임의로 진실규명 통지를 두 달간이나 미룬 채 비밀리에 재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사1국은 애초에 함평사건을 조사한 조사관이 아닌 다른 조사관 2명을 투입해 1월24~25일 각각 대전과 함평에서 유족(부인과 아들) 등을 만나 희생자 ㄱ씨 사망 경위를 재조사했다.

진실화해위 기본법에 따르면, 진실규명 결정 등을 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유를 명시하여 이를 신청인과 조사대상자·참고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제28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신청 및 조사에 관한 규칙을 보면, 재조사 결정은 진실규명 신청인이나 조사대상자, 참고인 등의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할 수 있다.(49조)

김 위원장은 함평 사건의 ㄱ씨가 “죽창부대에 의해 살해됐다”는 보고서 내용을 주시하고, “군경이 아닌 인민군이나 지방 좌익 또는 빨치산(적대세력)에 의해 살해된 게 아닌지” 재조사했으나 애초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대세력에 의해 살해당해도 진실화해위 조사대상이 된다. 다만, 법원은 한국 정부에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배·보상을 인정해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22년 12월 취임 이후 진실화해위 설립 취지에 반하는 잇단 발언과 일부 한국전쟁기 희생자들을 부역자로 판정해 진실규명에 불이익을 주는 조처로 비판을 받아왔다. 2월14일엔 ‘충남 남부지역(부여·서천·논산·금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 진실규명 결정서에 ‘악질 부역자로 처형’ 등 희생자에 대한 근거 없는 경찰 사찰기록을 적어 서천 지역 유족으로부터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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