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문학관광특구로 지정된 장흥군이 매입에 나선 한승원 작가 생가. [사진 장흥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54)의 부친 한승원(85) 작가 생가를 전남 장흥군이 매입하기로 했다. 장흥군은 16년간 추진해온 문화체육관광부 문학관광기행특구 사업과 한강부녀(父女) 문학관(가칭), 한승원 생가 등을 한데 묶어 노벨문학관 벨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김성 장흥군수는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강은 광주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부터 아버지 고향인 장흥의 문학적 정서를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한강 작가의 어릴 적 추억이 남아있는 한승원 생가를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한승원 생가는 한승원 집필실인 ‘해산토굴’과 25㎞가량 떨어진 장흥군 회진면에 있다.

김 군수는 “그동안 한강 작가는 ‘장흥에 방학 때마다 왔다’, ‘아버지가 일부러 내려보냈다’고 말할 정도로 장흥과 인연을 강조해왔다”며 “여름방학 때는 모기에 뜯기고, 겨울에는 감기에 걸려서 힘들었던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2022년 장흥 청년문학제 등에 참석해 어린 시절 장흥과 얽힌 일을 소개해왔다. 김 군수는 최근 한강 부녀가 일부 지자체 등에 거부 의사를 밝힌 한강문학관을 장흥에 건립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장흥 문학의 맥을 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강은 광주광역시의 ‘한강문학관’ 추진과 관련해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는 광주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한승원은 딸이 태어난 광주시 북구 중흥동에 『소년이 온다』 북카페 등을 조성해 독서 프로그램이나 시낭송 등을 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군수는 “노벨상 수상 관련 축하행사를 하지 않고 있는 한강 작가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문학관 건립에 반대하는 뜻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장흥군은) 노벨상을 받는다고 해서 없던 걸 새로 만드는 게 아니고, 기존에 한강 작가 작품이 소개됐던 장흥 천관문학관 등과 함께 문학관광기행특구 핵심시설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흥군은 2008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선정됐다. 이후 예산 424억8600만원을 투입해 65만7725㎡ 규모의 문학특구를 조성 중이다.

문학관광기행특구는 숱한 문인을 배출한 장흥의 역사성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사업이다. 장흥은 가사문학 효시인 『관서별곡(關西別曲)』의 기봉 백광홍을 시작으로 청사 노명선, 존재 위백규 등을 배출하며 ‘조선시대 문림(文林)’이라 불려왔다. 『관서별곡』은 훗날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장흥 문맥(文脈)은 현대문학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서편제』를 쓴 소설가 이청준을 비롯해 송기숙·이승우 등 현대문학계 거장이 장흥에서 태어났다. 현재도 장흥 출신 문인 100명 이상이 문단에 등단해 활동 중이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도 장흥을 대표하는 작가다.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그는 고향인 장흥에 집필실인 ‘해산토굴’을 짓고 30여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