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소 판단 오류 집중 지적

검찰 측 “분절적 판단으로 범행 축소” 항소 이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원심은 사실관계를 너무 분절적으로 끊어 판단해 범행을 축소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47개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첫 공판 때는 검사 4명이 나왔으나 이날은 7명이 나와 항소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검찰은 지난 2012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소송 판결을 언급했다. 당시 대법원 소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 승소로 판결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판단을 뒤집으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를 포함해 청와대, 외교부,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이 서로 각종 협의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당시 판결을 뒤집으려는 방침이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심 재판부는 선·후 관계를 분절적으로 끊어서 보고 ‘재판개입이 있을 단계가 아니었다’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후행 행위가 선행 행위 없이 있을 수 없으므로 분절적으로 판단한 1심은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사실관계가 있고 장기간 다수 인원이 관련된 범죄는 그 내용을 종합적·입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검찰은 “일례로 범행도구를 구입하고 범행했다면 범행을 위해 도구를 구입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라며 “화이트칼라 범죄는 범행이 노골적이지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무죄로 판단한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도록 한 혐의도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재판소 관련 정보 수집 지시,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개입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처장의 공모를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농단 사건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재직한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법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의혹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지난 1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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