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2일 의사단체 가운데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지은 가운데 23일 정부도 협의체 참여를 공식화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의협도 임현택 회장 불신임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어 당분간 협의체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전공의들이 참여하지 않는 협의체 출범은 의미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식 출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협의체 참여 공식화.. 복지장관 "여야의정 협의체 통해 의료대란 해소 노력"

타 의사단체도 협의체 참여 긍정 검토

앞서 한동훈 대표가 지난 9월 초 의료 정상화를 위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간 정부와 의사단체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놓고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공전을 거듭했으나 지난 22일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협의체 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의정 협의체와 별도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던 정부도 협의체 참여를 공식화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기관을 통해 의료계 의견을 잘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의료 대란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전날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두 단체에 대해 "의사 단체를 완벽하게 대표하는 데 제한이 있겠지만 의료계 얘기를 충분히 자세하게 전달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의사단체들도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사단체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수련병원협의회,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KAMC, 의학회와 '빅5' 병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수련병원협의회, 전의교협은 여야의정 협의체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며, 대한병원협회도 참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의대생 "허울뿐인 협의체 참여 의향 없어.. 참여 숙고해달라"

하지만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해 실효성 있는 논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페이스북에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 없습니다"라고 썼다. 이 글에는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의사단체를 향해서도 "교수님들의 결정이 정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한 숙고하시길 바란다"며 "정치인들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도 박 비대위원장은 "다시 한 번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태파악과 상황 판단에 꽤 문제가 있다. 왜곡된 발언을 서슴지 않는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대표 역시 인적 쇄신이 필요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그리하여 여야의정협의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윤 대통령과 한 당 대표의 면담처럼 허망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 역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외칠 것인가"라며 "대표성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 저의 지위와 역할이 무엇일지 그 판단과 결정은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여전히 존재하며, 저 역시 위원장으로서 사직한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저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한 대표는 의사 결정에 더욱 신중히 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되며, 여당 대표로서 엄중하게 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의협, 임현택 회장 불신임안 상정.. 내홍에 협의체 참여 불투명

법정 유일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협은 22일 입장문에서 "현시점에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하고, 부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회가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만큼,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의료계 전체의 의견을 고려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일말의 우려감 속에서도 두 단체에 응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의협은 현재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어 협의체 참여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임한 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이 추진되고 있는 것.

의사단체 내부에서는 임 회장이 지난 5월 취임 후 의대 증원이나 간호법 제정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막말 논란까지 일으키며 의사단체의 협상 동력을 상실케 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 조현근 대의원은 최근 임현택 회장 불신임안 상정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위한 동의서를 대의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중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발의된다.

조 대의원은 임 회장을 불신임해야 하는 이유로 간호법 제정 저지 실패,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미흡한 대응, 사직 전공의 분열 시도, 막말 등을 내세웠다.

임 회장은 당선자 신분일 때 당시 운영 중이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겠다고 나서 지도부 차원에서 한 차례 대립이 벌어졌다.

이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도 사이가 틀어졌고, 거듭된 그의 막말 때문에 의대생 단체도 "임 회장의 연이은 막말, 개인의 무례 때문에 의료계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현근 대의원 등이 회원을 대상으로 불신임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응답자 1천982명 가운데 85.2%가 임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민주 "협의체 구성 자체가 목적 아냐" vs 국힘 "빨리 출범 시켜야"

의사단체뿐만 아니라 야권도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협의체 참여를 선언한 단체들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볼 수 없고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단체도 아니라는 점을 들며 협의체 참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아직 참여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면서 "대규모로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 없이 의정 갈등 해소는 쉽지 않다. 전공의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의료대란대책특위도 입장문에서 "두 단체의 결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도 "협의체의 '구성'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윤석열 정부는 이번 의료대란의 책임이 정책 실패에 있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솔직히 사과한 뒤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며 "2025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문제를 포함해 보다 폭넓고 투명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대승적 참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 건강을 외면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민주당은 어렵게 마련된 여야의정 협의체에 딴지를 걸거나 어깃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대변인은 "의료 공백 해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쟁을 떠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동훈 대표도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주요 의료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했다"며 "민주당은 그동안 얘기되는 것과 달리 '그 정도로는 안 돼'라는 식으로 폄훼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이 문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어떻게든 해결의 물꼬를 트자고 민주당에 말씀드린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말고 해결 방법은 없다. 빨리 출범시키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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