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추락사가 발생한 한화오션 조선소 컨테이너선 상부 모습. 중간·하부 난간대가 추락 방지 역할을 할 수 없는 로프로 돼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제공

올해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 평균 기간이 37일가량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은 사업장에 내려지는 안전보건진단 명령 건수도 하락 추세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연도별 작업중지 명령 건수는 2020년 581건, 2021년 584건, 2022년 561건, 지난해 579건, 올해 1~8월 371건(연말까지 이 추세일 경우 557건)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 혹은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으로 인해 산재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부가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작업중지 명령 평균 기간은 2020년 49.6일, 2021년 51.4일, 2022년 63.7일, 지난해 54.3일, 올해 1~8월 36.7일이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 부담이 커졌는데 작업중지까지 오래할 필요는 없다는 노동부 판단이 기간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근로감독관 재량에 맡겨져 있던 작업중지 규제가 합리화되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노동부는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 신청 시 4일 내 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업주가 이 절차를 모르고 신청을 늦게 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지난해 1월부터 작업중지 당시 사업주에게 해제 절차·요건을 설명하고 작업중지 명령 후 30일이 지난 시점에 다시 안내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이 기간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전보건진단 명령 건수도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노동부는 추락·붕괴, 화재·폭발,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누출 등 산재 발생의 위험이 현저히 높은 사업장에 안전보건진단을 받도록 명령할 수 있다. 2016년 633건이었던 안전진단 건수는 코로나19 유행 첫 해인 2020년(108건)까지 줄곧 하락세였다. 2021년(380건), 2022년(421건)엔 반등했다가 지난해 101건, 올해 1~8월 56건(연말까지 이 추세일 경우 84건)으로 다시 줄었다. 2016년 89건이었던 보건진단 건수는 2020년(3건)까지 줄곧 하락세였고, 2021년 이후엔 7~17건 수준이다.

노동부는 전반적 하락 추세에 대해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2018년 기계적인 진단 명령은 지양하라는 권고를 했다. 또 2020년 1월 시행된 개정 산안법은 진단명령 대상 사업장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작업중지 규제완화 기조가 작업중지 기간 감소로 이어졌다고 본다.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지난달 9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추락사와 관련해 노동부가 섣불리 작업중지를 해제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안전보건진단 명령 건수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진단 명령이 떨어지면 노조가 참여해 구조적 문제까지 짚을 통로가 마련된다. 명령 건수가 감소한 건 부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법 위반 위주로 보는 안전보건진단은 줄이되 노사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하는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의원은 “노동자 안전을 중심에 두고 작업중지, 안전보건진단,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감독 등의 수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할지에 대한 노동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