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요정
유리관 지음
민음사 | 268쪽 | 1만6000원

“복수할 것이다. 교정의 제단에 교정된 피와 해골을 바칠 것이다. 시발…… 복수한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이어지는 글들은 분노에 가득 찬 랩을 방불케 한다. 직설적이고 거침없다.

저자는 주로 대학교재로 쓰일 원고를 교정하고 교열하는 출판 노동자다. 그에게 교정교열은 ‘든’과 ‘던’을 구분하지 못하고, ‘로서’와 ‘로써’를 헷갈리는 저자들과 벌이는 지옥 같은 전투다. “이 세상이 다 틀려도 내가 교정공으로서 딱 하나를 교정할 수 있다고 하면 ‘든과 던’이다. 든과 던을 모두 고치고 난 뒤 (중략) 빌고 울고불고 (중략) 그렇게 해서 하나 더 고칠 수 있다면 단연 ‘로써와 로서’다.”

일부 교수들은 저자가 가장 거센 분노를 느끼는 집단이다. “최소한의 조리 있는 한국어 문장 작성 능력부터가 박살이 난 듯한 이런 사람, 아무래도 병원부터 가봐야 할 듯싶은 이런 사람이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교수라는 직책에 적어도 열 명 중 세 명씩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이들이 뭐를 쓴다고 원고까지 맡게 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슬픈 일이다.”

저자는 ‘교정의 요정’이 나타나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라지만, 이는 헛된 갈망이다. “몇 명의 사람이 매달려 아무리 눈이 빠져라 교정을 보더라도 인쇄된 책에 반드시 하나 이상의 오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것이 바로 교정의 요정의 소행입니다.”

책은 2018년 9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저자가 쓴 일기와 산문들을 엮은 것으로, 민음사 탐구 시리즈 ‘일기들’ 중 한 권으로 출간됐다. 출판, 문학, 정치를 소재로 삼아 괴팍한 냉소와 위악적 유머를 버무린 글들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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