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5월의 쏟아지는 햇살을 받고 더욱 싱싱하게 깨어나는 천연의 숲속. 덩달아 짙어진 나무 그늘을 걷다가 한 남자와 마주하는데. 그는 혹시 야생인?! 정말이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온몸으로 산 기운을 들이마시고 있던 그는 바로, 자연인 윤삼현(60) 씨다. 우리는 흙 위에 새겨진 그의 발자국을 하염없이 따라가 본다.
그리고 드러난 그만의 세상은 갖가지 진귀한 산야초와 삼으로 그득했다. “나는 호미 하나 달랑 들고 와서 이렇게 먹고 싶은 것 캐 먹으면서 살아요.” 그 푸른 이파리가 마침내 발가벗은 그의 입술과 맞닿았을 때 그의 눈은 저 뜨거운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산세가 사방으로 감싼 외톨박이 집은 주인장을 닮아 겉치레도 허세도 없다. 산짐승을 피해 잘 공간만 있으면 되니 비닐하우스 하나, 한낮의 따가운 햇볕을 잠시 피해야 하니 아담한 정자 하나, 그리고 혼자 겨우 따먹을 수 있는 작은 텃밭이 전부다. 전기도 수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소탈하지만, 정갈하기는 맑디맑은 샘을 닮았다.
그의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 그것을 볼 때마다 윤삼현 씨는 이 산에 정착했을 무렵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때, 가장 먼저 그를 찾아온 건 자유도 행복도 아닌 야생 멧돼지! 당시의 두려움은 마치 한여름 밤의 괴담처럼 오싹했고, 이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만든 울타리는 그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토록 야생동물이 무섭고, 어릴 적 농사가 죽기보다 싫어서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남자. 이후로 도시에서 사업만 해왔던 사람이 어쩌자고 이 고립무원에 살게 된 걸까?
과거에 그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그러나 가지고 있던 집의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수십 년 동안 정을 나누던 이웃들과 원수지간이 됐고,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위기를 겪으며 가족과도 이별해야만 했다. 게다가 심각한 당뇨병과 그로 인해 100kg에 육박한 몸과 무기력증까지. 결국, 그는 도시의 모든 걸 정리하고 산으로 찾아들게 된 것이다.
“도피처로 여기에 온 건데, 알고 보니 천국이더라고요.”
깊숙한 산속에 고립되어 버린 그를, 부모 형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그러나 걷다가 힘들면 언제든 쉬었다가 가도 되고 싱싱한 산이 내준 밥 한 그릇에 웃음 지을 수 있는 지금이, 이대로가 좋다고 그는 말한다. 설령 조금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지난날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갖가지 욕심들이 씻겨나가고 이제는 불어오는 바람처럼 가벼워졌다는 듯이, 자연인 윤삼현 씨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는 이미 행복으로 가는 길이 어디인지를 알아차린 게 아닐까? 자연인 윤삼현 씨의 이야기는 15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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