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결정했다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민주당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한 것은 1968년 린든 B.존슨 이후 56년 만이며, 경선에서 승리한 후 사퇴는 사상 최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남에 따라 100일 남짓 남은 대선 레이스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맞대결이 펼쳐질 경우 나이, 성별, 인종, 출신 등 대부분의 면에서 크게 대비가 되는 만큼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바이든 "남은 임기 대통령 직무에 집중".. TV토론 계기로 사퇴

경선 승리 후 후보 사퇴는 사상 최초

지난달 말 첫 TV토론 이후 고령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던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성명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며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68년 린든 B.존슨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했으나 미국에서 베트남전 반대 기류가 확산하며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고, 그해 3월 12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경쟁자인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과의 표차가 기대보다 적게 나타나자 3월 말 연설에서 재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56년 만에 재선을 포기한 대통령이 나온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1968년 존슨 대통령 이후 56년 만에 재선을 노리다가 중도 포기한 현직 대통령이 됐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후보 지명을 앞둔 상황에서 사퇴한 첫 사례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는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토론이 발단이 됐다.

당시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더듬고 의사 전달이 원활치 않아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 위협에서 구사일생하면서 트럼프 대세론까지 강하게 불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마저 바이든에게 등을 돌리자 결국 사퇴를 선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로 민주당은 새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후보 사퇴 발표로 인해 새로운 대선 후보 선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9월에 대선 조기 투표를 실시하기 때문에 늦어도 8월 중에는 새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에 이미 종료된 주(州)별 경선은 다시 실시하지 않고 4천600여 명에 달하는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들이 투표로 대선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오바마 전 대통령은 21일 바이든 대통령을 "최고의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며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은 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장 중대한 대통령 중 한 명이었다"며 "오늘 우리는 또 그가 최고의 애국자(a patriot of the highest order)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 지형을 보고 새로운 후보자에게 횃불을 넘겨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분명 그의 인생에서 힘든 결정 중 하나일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옳다고 믿지 않았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미지의 바다(uncharted waters)를 항해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 포스트 바이든 1순위.. 흑인·아시아계로 미국 첫 여성 대통령 도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로 새로운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대선 후보로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모든 면에서 상반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대선 선거자금 및 조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타 후보보다 유리한 지점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하여 민주당 내 유력 인사들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라면서 "민주당 당원 여러분,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다. 해봅시다"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도 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21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저는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 타이틀에 이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 첫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종적으로 흑인이자 아시아계로 분류된다. 흑인 혼혈 혈통을 지녔다는 점에서 종종 '여자 오바마'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여러 가지 '최초'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가 됐다.

이후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됐다.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선출됐는데 흑인 여성이 연방 상원의원이 된 것도 처음이었다.

2020년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에 낙점된 뒤 대선 승리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썼다.

다만 정치인으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후보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여사의 지지율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셸 오바마는 여러 차례 정치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온 만큼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바이든은 최악 대통령" "해리스, 바이든보다 이기기 쉬워"

해리스 vs 트럼프 성사시.. 성·나이·인종 완전대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와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대해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것과 관련,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리고 "부패한 조 바이든은 대선 출마에 부적합했다"면서 "그는 확실히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not fit to serve)하며, 적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나이, 성별, 인종, 출신 등 대부분의 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크게 대비가 되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0살 가량 어리다. 때문에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령의 나이로 공격을 받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낙태 문제와 관련해 대(對)트럼프 공격수 역할을 해온 것도 민주당 및 진보 진영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역사상 아프리카계 및 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확연히 대비되는 점이다. 이에 지난 대선처럼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팽팽한 모습이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22일 최근 67개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4%, 해리스 부통령은 45.4%를 기록했다.

한편, 다음은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입장 전문이다.

동료 미국인들에게,

지난 3년 반 동안 우리는 국가로서 큰 성과를 이뤘다.

오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재건하고, 고령자의 처방 약 비용을 낮추며,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기록적인 숫자의 미국인에게 확대하기 위해 역사적인 투자를 했다. 우리는 독성 물질에 노출된 재향군인 수백만 명에게 정말 필요한 돌봄을 제공했다. 30년 만의 첫 총기 안전법을 제정했다. 연방대법원에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을 임명했다. 그리고 세계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후 법률을 제정했다. 미국은 오늘보다 (세상을) 이끌기에 더 나은 위치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난 미국 국민 여러분 없이 이것을 하나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함께 우리는 세기에 한 번 있을 전염병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유지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전 세계 우리 동맹을 재활성화하고 강화했다.

여러분의 대통령으로서 봉사하는 것은 내 생애 최대의 영광이었다. 그리고 재선을 추구하는 게 내 의사였지만, 난 내가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내 의무를 다하는 데 오로지 집중하는 게 내 정당과 나라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

난 이번 주 후반에 국민들에게 내 결정과 관련해 더 자세히 말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내 재선을 위해 너무 힘들게 일해온 모든 이에게 가장 깊은 감사를 표현하게 해달라. 난 이 모든 일에서 특출난 파트너로 있어 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믿고 신뢰해온 미국 국민에게 진정 어린 감사를 표현하게 해달라.

오늘 난 내가 항상 믿어온 것을 믿는다: 우리가 함께할 때는 미국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우리가 미국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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