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간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망 사용료'에 대해 반(反) 경쟁적이라며 재차 지적했다. 사진 USTR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추진 중인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에 대해 "반(反) 경쟁적"이라고 재차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넷플릭스 등 미국의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를 지원하는 모양새여서 향후 한·미 간 무역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9일 공개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과 관련해 "2021년부터 외국 콘텐트 제공업체들이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부 한국 ISP는 그 자체가 콘텐트 제공업체이기에 미국 콘텐트 제공업체들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의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USTR은 1985년부터 매년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하는 해외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수렴해 한국·일본·유럽연합(EU)·중국 등 60여개 주요 교역국의 무역장벽을 평가하고 있는데, 한국의 '망 사용료 의무화' 계획을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규정한 셈이다.

현재 넷플릭스 등은 한국에서 3대 ISP 사업자들(SK 브로드밴드, KT, LG U+)의 망을 이용해 콘텐트를 유통하고 있다. 그간 ISP 측은 가입자들이 넷플릭스 등을 보기 위해 자신들의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만큼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발간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일부. 사진 USTR 보고서 캡처

이와 관련, 글로벌 콘텐트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 지급 의무를 부과하는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7건이나 발의됐다. 그러자 지난 2022년 5월 USTR은 해당 법안들이 "미국 기업을 특정해 규제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어 지난해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도 해당 법안들이 "한국의 특정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의 반발 속에 정부 내에서도 "망 사용료 의무 부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망 이용 대가를 논의할 때 통상 문제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한·미 FTA 등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함께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미 정부가 자신들의 무역장벽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구상을 반대하는 건 '적반하장'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USTR은 이번 보고서 서문에 "각 무역 파트너는 적법한 공공 목적을 증진하기 위한 조처를 할 '주권적 권리(sovereign right)'를 갖는다"며 무역장벽 자체를 주권의 영역으로 다뤘다. USTR이 무역장벽 보고서를 내면서 무역장벽을 '주권적 권리'라 쓴 건 이례적이다.

보고서 양도 지난해 466페이지에서 394페이지로 축소됐고, 문제 제기도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일례로 과거 무역장벽으로 지목해온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과 인공지능(AI) 법, 인도네시아·베트남의 데이터 현지화 요구 등이 이번 보고서에선 아예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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