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구금과 고문, 살인 등 폭력을 일삼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유엔의 인권 상황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우크라이나 인권 감시단이 20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 상황에 대한 첫 종합 보고서를 내고 러시아가 폭력적으로 러시아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권 감시단은 러시아 점령지를 직접 방문하지 못했으며, 2319명의 목격자와 피해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점령 아래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폭력, 구금, 처벌 위협을 받는 등 각종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억압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 감시단 책임자 다니엘 벨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검열, 감시, 정치적 억압, 표현의 자유 억제, 이동 금지 등이 결합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 연방이 기존 우크라이나의 정부와 행정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자포리자 원전 노동자들의 상황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저항하면, 위협과 협박, 가족에 대한 해코지 위협을 당한다”며 “일부 사람들은 자의적인 체포, 구금, 고문에 시달리고 심지어 어떤 경우는 살해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점령지 통제가 살인·고문 등의 폭력으로 시작해, 표현과 모임의 자유 억제, 주요 정부 기관의 러시아화 순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점령지의 기존 정부 기관을 러시아 기관으로 대체하는 것은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가 주민들에게 서로를 감시하도록 부추기고 이를 위해 온라인 서비스까지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점령지와 다른 우크라이나 영토 사이의 통신 차단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인권 감시단 보고서는 구체적인 살해 사건으로 러시아 침공 초기인 2022년 3월과 5월 사이에 어린이 2명을 포함한 26명의 민간인 즉결 처형과 구금 중이던 민간인 30명 사망 사건을 제시했다. 또 “구금 상태에 있던 171명 가운데 90%가 고문 등의 학대를 당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도 입수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자의적인 구금을 일삼고 있다며 2023년 12월까지 687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쟁 초기에는 구금 대상자가 우크라이나 보안군 관련자들로 국한됐지만, 그 이후에는 점령에 반대하는 일반 시민으로 구금 대상이 확대됐다.

보고서는 점령지의 러시아화 작업도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는 러시아어 사용과 러시아식 교육 과정을 도입했고, 주민들은 러시아 여권 취득을 강요당했다. 러시아 여권이 없는 사람들은 보건, 사회 보장, 주택 임대 같은 복지 서비스도 박탈당한다. 러시아의 침공 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1600명 정도의 재소자를 러시아 내 교도소로 옮기는 등 사법 체계도 러시아와 통합됐다.

러시아의 고위 외교관 이고르 세르게예프는 보고서 발표 뒤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유엔 인권 기관이 이중의 기준을 적용하면서 우크라이나 쪽이 저지른 인권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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