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선거 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의 드류 사비키 선임 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모두 269명씩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박빙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유세 도중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담을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대선은 각주에 배정된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당선되는 독특한 간접 선거제로 치러진다. 선거인단 수가 동률일 경우 대통령은 하원이, 부통령은 상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실제 200년 전인 1824년 이러한 전례가 있었다.

약 10일 앞둔 대선의 판세는.
“선거인단 동률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1월 3일 출범하는 의회에서 정ㆍ부통령을 정한다. 현재 하원 선거에선 전체 의석수에선 민주당이 다소 앞설 수 있지만, 주별 과반 의석 확보 기준으로는 공화당이 50개 주 중 29개 주에서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동점 상황이 된다면 더 많은 주를 확보한 공화당의 트럼프가 유리해진다. 반면 부통령은 상원이 뽑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대통령과 다른 정당 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상원은 의석수 기준 공화당 우위 가능성이 크다.”

신재민 기자

사비키 연구원은 이번 대선이 박빙 구도가 된 원인에 대해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근거는 과거에 비해 낮아진 흑인 지지율이었다.

해리스의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했는데.
“비호감도가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로 이번 선거는 사실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였다. 2020년 바이든이 승리했던 이유도 상대가 트럼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로 변화가 생겼고, 대신 출마한 해리스는 차별화에 실패했다. 2000년 선거에서 앨 고어가 빌 클린턴과 뭐가 다른지 설명하지 못하면서 패했던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차별화 실패가 표심에 어떻게 반영됐나.
“민주당이 백악관을 내줬을 때 나타났던 공통점은 흑인들의 지지율과 투표율이 낮았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흑인 유권자들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해리스는 오바마 때의 흑인 투표율이 나와야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8월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손을 잡고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해리스는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바이든을 대신해 출마한 뒤 지지율을 급격하게 상승시켰지만, 선거 막판 지지율 정체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흑인이자 여성 후보라는 점은 강점이 아닌가.
“낙태 이슈에선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해리스가 승리한다면 원동력은 흑인이 아니라 여성 표심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아직 ‘여성 대통령’ 후보에게 보다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많은 남성들이 해리스가 여성이기 때문에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 또 해리스가 막판 흑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백인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모순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의 선거 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의 드류 사비키 선임 연구원이 22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줌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비키 연구원은 이번 대선에 대해 ″동률 상황을 배제하기 어려운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비키 연구원은 트럼프에 대해선 강성 지지층이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트럼프가 출마했던 두 번의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던 숨은 트럼프 지지층을 뜻하는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전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사실 큰 변화가 없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강성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46%대의 득표를 했고, 이번에도 지지층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지지자들은 투표 성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또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실 시골의 저학력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대도시 변두리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경제에 대단히 민감한 유권자들로 구성돼 있다. 물가와 불법이민, 일자리 등 경제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이유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트럼프 지지 경향도 있다.
“트럼프 등장 이후 9년간 공화당은 사실 트럼프의 ‘마가(MAGA)당’이 됐고, 지금의 20대가 알고 있는 공화당은 민주당과 대비되는 전통적 공화당이 아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 노동자 가운데 특히 젊은층은 부모 세대에 비해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고, 오히려 트럼프의 선명한 정책에 동조하는 경향이 일부 나타난다.”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2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며 47대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트럼프 45"와 "트럼프 47"이 표시된 전광판 앞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선거에선 ‘샤이 트럼프’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2~3% 정도의 샤이 트럼프 지지층이 나올 수 있다. 2016년 여론조사 예측 실패 이후 트럼프와 관련해선 각 기관마다 교육, 소득 등 다양한 요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생각보다 큰 규모의 표심이 조사에 반영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흑인 여성인 해리스에 대한 ‘샤이 해리스’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비키 연구원은 예전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전투표율은 해리스에게 유리할 거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선 트럼프 측도 사전투표 독려에 열을 올리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전투표 참여가 높은 편이다.
“사전 투표를 비롯해 선거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진다는 것은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화당 투표율이 낮았던 중간선거와 달리 트럼프는 정치 참여도가 낮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다. 이번에는 날씨 등의 이유로 선거일 투표를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 오히려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사전 투표 결과가 과거처럼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미국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종합적 상황을 고려할 때 누가 당선된다고 예상하는가.
“분석 기관들도 동률 상황까지 전제할 정도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남은 기간 해리스가 오바마와 함께 흑인 등 소수 인종의 투표 참여율을 제고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을 전제로 현재까지는 해리스가 극히 근소하게 유리한 지형을 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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