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3일 엄수된 제주 4·3 추념식에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4·10 총선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3일 엄수된 제주 4·3 추념식에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제주 4·3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추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제주 4·3을 폄훼하는 행태라며 총공세를 퍼부었다.

한덕수 추념사 "4·3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 되도록 정신 이어가야"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추념식은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를 주제로 열렸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제주 전역에 1분간 울린 묵념 사이렌과 개막 영상 상영에 이어 헌화·분향, 국민의례, 4·3 경과보고, 추념사, 유족 사연 소개, 추모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앞서 2022년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장을 찾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에는 대통령 명의 추념사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으나, 올해는 한 총리가 추념사를 했다.

이날 한 총리는 추념사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올해 초 4·3특별법을 개정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그동안 가족관계 기록이 없어서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분들이 명예 회복과 함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 보완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또한 "4·3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의 뜻을 받들어 4·3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제 4·3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낡은 이념의 시대 종결을 알리고 사람 중심의 빛나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며 "4·3의 세계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고, 제주를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전액 국비 운영, 사후 양자 가족관계에 관한 4·3특별법 시행령 마련, 희생자·유족 명예훼손 처벌 조항 마련 등에 정부와 정치권이 또다시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이재명, 윤재옥, 인요한, 천하람, 조국 등 여야 지도부 총 집결.. 제주 후보들 유세 중단하고 추념식 엄수

이날 추념식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자리를 지켰다.

여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추념식 대신 충북과 강원 선거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당초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 위원장의 제주 일정을 검토했지만 윤 원내대표가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등 제주지역 모든 후보는 제주시 봉개동 제주4·3추모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 헌화·분향하며 희생자를 기리고 유족과 도민을 위로했다.

후보들은 이날 하루 추모 분위기 조성을 위해 확성기 사용 거리유세와 후보별 유세차 로고송 송출, 선거구별 아침저녁 거리인사 등을 중단했다.

4·3평화공원 안팎에서 통상적인 명함 배부도 하지 않았고 후보자 기호 등을 새긴 선거운동복도 입지 않았다.

후보들 모두 추념식 참석 이외의 다른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경건하고 조용하게 희생자를 추모했다.

후보들은 이날 추모 메시지 또는 인터뷰 등을 통해 "4·3의 정의로운 해결, 4·3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 회복, 상생과 화해의 정신 계승, 4·3의 세계화·기록화에 앞장서겠다"고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국힘, 4·3 학살의 후예.. 4·3 사건 폄훼 인사 공천"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불참한 것을 지적하며 "국민의힘은 4·3 사건을 폄훼하고 있다"며 총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제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바로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은 여전히 4·3 사건을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4·3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4·3 사건을 폄훼하는 인사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장을 쥐어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상을 주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하고 폄훼한 인사에 대한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 그게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떤 명목으로도 국가 폭력은 허용될 수 없다"며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을 살해하고 억압한 것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살상 행위나 국가 권력을 이용한 국민 억압 행위에 대해선 형사·민사시효를 다 폐지해 살아있는 한 책임을 지게 하고 재산 상속 범위 내에서 재산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악의를 가지고 역사를 왜곡하고 사실을 조작하고 현실로 존재하는 유족과 피해자를 고통 속으로 다시 밀어 넣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가 폭력 당사자에 대한 시효 없는 처벌에 더해서 역사적 현실, 사실을 왜곡·조작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한 책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2년 연속 불참하며 제주도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며 "제주 4·3 사건은 제주도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상처이자 결코 잊혀서는 안 될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역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료 시민을 그토록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의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아니면 망언으로 4·3을 폄훼한 태영호, 조수연, 전희경 후보를 공천하고 제주시민 앞에 설 자신이 없었나"고 반문했다.

아울러 권 수석대변인은 "이념의 이름으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4·3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겨 계실 유가족과 제주도민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민주당은 진실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했다.

김부겸 "이해할 수 없는 일" 천하람 "민생토론회할 시간은 있고.. 제주포기정당"

김부겸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2년 연속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의 대표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동훈 위원장의 불참 역시 함께 지적하면서 "4.3 추념식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하는 정부 공식행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적인 참극에서 희생되신 분들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무자비한 국가폭력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리"라며 "이념과 진영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수 없는 사안이다. 정부·여당의 입장이 바뀌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과 개혁신당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불참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23차례의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선거운동과 수십 번의 유세장에서 외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 진심이었다면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슬퍼하는 국민을 위로하지 않는 정부를 지지할 국민은 없다"며 "무책임하고 무정하며 무도한 정권을 정의롭게 심판하는 길에, 녹색정의당은 맨 앞에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추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무슨 대구·경북의 대통령이냐"면서 "민생토론회란 명목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사실상 선거개입을 할 시간은 있고 제주도민들 4.3 사건을 추모할 시간은 없나"고 쏘아 붙였다.

한 위원장에 대해서도 "선거유세 다니면서 막말하고 상대 당한테 저주의 말을 늘어놓을 시간에 4.3 추념식에 못 온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수도권 유세 다니면서 사고치지 마시고 제주 4.3(추념식)에 와서 추모하는 것이 제주도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은)'호남포기정당'에 이어서 '제주포기정당'까지 된 건가"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이 대구·경북 대통령, 대구·경북 자민련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제주도민들께 겸허히 사죄하고 과거 대선 때 했던, 4.3과 제주도민들에 대한 약속을 이제라도 지키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헌화하는 참석자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제주에 있지 못해 송구" 윤재옥 "제주 4·3 회복과 치유에 책임감...세계유네스코 등재 최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맞아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희생된 모든 4‧3 희생자분들을 마음 깊이 추모한다. 평생을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과 제주도민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으로 충북·강원·경기 살리기' 지원 유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지방행을 택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정부는 제주 4‧3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고,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해 왔다"며 "제가 법무부장관으로서 '군법회의 수형인'으로만 한정된 직권 재심 청구 대상을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포함토록 했던 것 역시 그런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주도민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반대했던 지난 정부와 달리,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제가 직접 설득해 관철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그런 실천하는 마음으로 제주 4‧3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헤아리겠다. 다시 한번 제주 4‧3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4.3추념식에 참석하여 "4.3과 관련해서는 회복과 치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를 비롯해 우리사회 전체가 4.3의 회복과 치유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4.3의 해결 과제를 묻는 질문에 "4.3관련 기록물들을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 4.3기록물이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우리 당도 함께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추념식 불참과 관련해서는 "총리께서 참석하셨고, 저도 참석했다.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대위원장도 참석했다"며 "민생토론회가 제주에서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 오시면 4.3을 비롯해 제주도의 발전에 대해 말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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