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의 피해를 낸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으로 송환된다. 폭락 직전 국외로 도주했다가 위조여권 사용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지 1년 만이다. 권씨는 이르면 이번 주말(23~24일)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시각)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누리집을 통해 밝혔다. 항소법원은 “고등법원이 한국의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먼저 도착한 점을 제대로 판단했다”며 “이는 여러 나라가 동일인에 대해 인도를 요청할 경우 적용되는 법률 등을 올바르게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지난달 21일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지만, 권씨 쪽은 이에 항소했고 다시 고등법원과 항소법원의 결정을 거쳐 최종 한국 송환이 결정됐다. 현지에서 권씨를 대리한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권씨는 그동안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때보다 훨씬 엄한 처벌이 예상되자, 한국행 결정을 받아 내기 위해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한국은 여러 죄를 저질렀을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을 1.5배 가중해 처벌하는 ‘가중주의’를 택하고 있는 데다 유기징역의 경우 최대 50년이지만, 미국은 형의 상한이 없고 개별 범죄마다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씨가 몬테네그로 형기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면, 한국 법무부는 권씨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 경유지에서 국적기로 갈아탈 때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몬테네그로에선 한국까지 직항이 없어 환승이 불가피한데, 범죄인 송환 절차에서는 국적기도 한국 영토로 간주한다. 이후 테라·루나 폭락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곧장 권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테라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걸 표방한 가상자산이다. 하지만 2022년 5월초부터 갑자기 가치가 폭락해 약 2주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검찰은 권씨가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동반 폭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계속 발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권씨는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들과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다. 앞서 검찰은 테라폼랩스의 공동창립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와 권씨의 측근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다. 신 전 대표 등은 첫 재판에서 ‘테라·루나가 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씨가 기소되면 신현성 전 대표의 재판과 병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관계를 다투기보다 ‘테라·루나를 자본시장법에서 인정하는 증권으로 볼 것이냐’는 법리 해석의 문제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김유철 남부지검장은 “(병합여부는) 지금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지만, 그것 포함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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