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 앞에 소아응급실 수용인원을 초과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410개 응급의료기관 중 소아환자를 24시간 내내 받는 의료기관은 35곳 뿐이었다. 연합뉴스

소아응급환자를 24시간 내내 받는 응급의료기관이 이달 기준 전국 35곳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어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피해가 소아 응급환자들에게 더 세게 닥친 상황이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응급환자 진료현황 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410개 응급의료기관 중 8.5%에 불과한 35곳만이 24시간 상시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했다. 지난해 10월 92곳에서 1년만에 57곳이 줄었다. ‘세제 삼킨 8세 여아, 80㎞ 떨어진 대전으로 이송’ ‘충북 청주의 소아 당뇨 환자 110㎞ 떨어진 인천까지 이송’ 등의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는 응급 소아 환자를 받는 병원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410개 응급의료기관 중 54곳은 24시간 내내 소아 응급 환자 진료가 불가능해 환자를 아예 수용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전체의 78.3%인 321곳의 의료기관은 시간, 연령, 증상에 따라 제한적으로 소아 응급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별 의료기관들이 복지부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정상적인 응급 진료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운 곳들이 대다수였다. 의료기관 대부분은 ‘평일 9시~17시 이외 소아 진료 불가’라며 일과시간 중에만 응급 진료가 가능하다며 조건을 달아 환자를 수용했다. ‘12개월 미만’ ‘24개월 미만’의 영아기 아이는 수용 불가하다고 한 곳들도 다수였다. 의료기관들은 경증, 단순복통 등의 환자는 수용 가능하나 ‘소아 경련, 장중첩, 이물질 삼킴, 봉합이 필요한 열상’ 등은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고지했다.

병원들이 소아응급진료를 맡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배후진료가 가능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기 때문이었다. 병원 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예 없는 곳이 전체 응급의료기관의 81.5%인 334곳이나 됐다. 병원 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있다고 해도 1명이나 2명인 경우가 많아, 이들이 외래 진료를 보고 있을 때는 응급환자 대응이 어려웠다. 소아청소년과 아예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병원 내 소아 약품 부재’라고 적어둔 의료기관들도 있었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소아과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하라고 대통령 지시사항을 내놓으면서 복지부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관리료를 신설하고, 소아 심야 진찰료를 가산해 올리는 등 꾸준히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아의료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나온 소아의료 보상 강화 대책만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정부 의료개혁 토론회에서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적자가 130억~150억이다. 매일 진료를 열심히 하면 하루 약 4000만원의 적자가 난다”고 말했다. 소아 진료는 성인 진료에 비해 시간이나 인력이 더 많이 들고 위험요소도 많은데, 현재 행위별 수가제 내에서는 이같은 부분이 반영돼있지 않아 몇몇 의료행위 수가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의료진 감소를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16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 ·공정보상 전문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소아진료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진숙 의원은 “장기화된 의료대란 여파로 소아응급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가 더 심해졌는데, 정부는 응급의료 상황이 예년과 비슷하다는 안일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정부가 빠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