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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판매장에서 근무하는 A씨(경북 포항시)는 허리골절로 수술 후 6주간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업무 중 다친 것이 아니어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도 어렵고 무급휴직을 해야 해서 생계를 걱정하던 중 상병수당 시범사업 제도를 알게 됐다. 이에 따라 A씨는 대기기간(7일)을 제외하고 총 35일간 약 161만 원의 상병수당을 수급받았다. A씨는 “상병수당 덕분에 마음 편히 치료를 받고 직장에도 복귀할 수 있었다”라며 “상병수당 제도가 더 많은 지역에 확대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2024년 1월 30일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일하다 아프면 맘 편히 몸 편히 상병수당 신청하세요’ 중)

정부가 2022년부터 시행 중인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 시기를 당초 2025년에서 2년 연기하고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2027년 5월)를 감안하면 상병수당 본사업 시행이 사실상 무산된 것과 마찬가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23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상병수당 시범사업 설명자료를 보면, 정부는 내년도 상병수당 4단계 시범사업 예산으로 36억1400만원을 책정했다. 올해 상병수당 사업 예산(146억5000만원) 대비 75.3% 삭감됐다. 예산이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련없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할 수 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2022년 문재인 정부 시절 1단계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올해 7월부터는 대상지역을 넒힌 3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상병수당 도입은 윤석열 정부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2025년부터 전 국민 대상으로 본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낮은 시범사업 예산 집행률(33.2%)을 이유로 본 사업을 미루고 내년 사업 예산을 깎았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 제공

‘한국형 상병수당 사업’의 집행률이 저조한 것은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진입 장벽이 높고, 당초 제도 설계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상병수당 제도에서 노동자가 상병 진단을 받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대기기간’은 7일이다. 대기기간을 7일로 설정한 이유를 두고 복지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대기기간을 ‘최소 3일 이상 설계’할 것을 권고했다”며 ILO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ILO는 상병수당 협약에 서 “대기기간은 3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복지부 의뢰로 작성한 연구용역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1차 평가 및 본 제도 운영방안’에서도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대기기간을 부과하는 경우 ILO의 권고대로 1~3일 내로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인용 오류에 대해 복지부는 “실무자의 실수”라고 설명했다.

지급 대상과 급여 수준이 제한적인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소득 하위 50%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급되는 상병수당도 최저임금의 60%인 1일 4만7560원으로 낮은 수준이다.

김선민 의원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대기기간 설정과 유급병가 제도의 부재가 상병수당의 실효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며 “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사업 설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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