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박재령 기자

“(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 후 오늘의 언론은 어떠한가요. 자유를 누리고 있나요? 더 공정하고 올바른 언론이 됐나요?”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1974년 독재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기자들이 50년이 지난 지금, 2024년의 언론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지 물었다. 지켜지고 있지 않다면 탄압에 맞서 단호하게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과 신홍범 전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등 투위 위원들을 비롯해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해동 목사·함세웅 신부·김중배 뉴스타파함께센터 명예이사장·권영길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김세원 한국PD연합회 회장·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남겼다.

▲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조성호 이사장. 사진=박재령 기자

50주년사업준비위원장인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은 박정희 유신 독재에 저항한 자유언론 쟁취 투쟁”이라며 “대한민국 언론사의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이 또 비판 언론인에 대해 막무가내로 압수수색하고 기소하고 있다. 이 언론 탄압을 다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우리가 제대로 일을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나 싶다가도 KBS나 MBC에서 일어나는 투쟁을 보면 한편으로는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반드시 더 크고 웅장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며 “후배들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들의 과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은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사주와 간부, 사회 등을 넘어 자신의 양심, 사상의 자유까지 추구한다”며 “한마디로 자유로운 정신과 혼을 가진 언론이다. 지금 언론은 어떤가. 과연 자유로운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권력의 탄압으로 좌절하고 있을 때, 권력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자유언론실천선언’이란 별을 보고 길을 찾길 바란다.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는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 사진=박재령 기자
▲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사진=박재령 기자

종교계 축사가 이어졌다. 이해동 목사는 “여러분이 하신 일이 자랑스럽고 사회 여러 곳에 활동도 많이 하셨다. 투위 활동 중심이었던 언론의 자유, 그 고난의 역사가 우리 모두의 역사에 중요한 모멘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투위 기자들의 모든 삶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길잡이를 세웠다”고 말했다.

김중배 뉴스타파함께센터 명예이사장은 “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을 현실에 반영하고자 하는 강호의 많은 독립언론 대안언론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나라를 잃었을 때 의병들이 일어났던 것처럼 독립언론, 대안언론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뜨거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는 김중배 명예이사장. 사진=박재령 기자
▲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권영길 초대 위원장. 사진=박재령 기자

권영길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실린 50년 전 자유언론실천 서명 명단을 봤다. 3분의 1 가깝게 세상을 떠났다”며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언론자유가 완전히 주어져 있지 못 한 데도 가신 분들게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분들이 다 가신다 해도 자유언론실천 정신은 살아있을 것이고, 그 정신이 이미 계승돼 굽힘없이 나갈 것”고 말했다.

영상으로 축사를 남긴 우원식 국회의장은 “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기억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백지광고를 내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용돈을 모아 내밀었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며 “오늘날 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을 실천하는 최우선 과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지배구조 개선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 공론장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공영언론을 지키기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1974년은 언론통제에 저항하던 한국일보 기자들이 ‘민주언론 수호 결의문’을 채택하고 노조를 결성한 해이기도 하다. 이창숙 한국일보 노조 초대 지부장은 “젊었던 우리에겐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수성과 기운이 있었다. 그 부글부글 끓는 마음들이 모여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며 “적은 것만 살아남는다. 역사는 적어놨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을 기념하는 오늘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편집국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 현장.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주도하다 구속된 후 1980년 암으로 사망한 고 안종필 기자의 부인 이광자씨는 “민주주의가 배반되는 시절에 언론인으로서 과거보다 더 많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책임과 기대에 부응하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며 주어진 자유가 한계가 되지 않도록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실천해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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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한국PD연합회장은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낭독했고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2024년 다시 쓰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낭독했다. 202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한 독재 회귀와 민주주의 파괴, 남북 관계 위기 등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거듭 확인하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자유와 인권, 평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헌법적 권리이자 기본적 사회 기능인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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