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주 사전투표 첫날인 2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 공립도서관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2주일 앞둔 22일(현지시간) 기준 18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우편 또는 현장 투표를 통한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는 4년 전 대선과 달리 공화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선 승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를 인용해 “전국적으로 18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우편이나 투표소 현장 방문을 통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며 “이는 4년 전 전체 투표자의 10%가 넘는 수치”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사전투표율은 2012년 대선 33%, 2016년 대선 40%였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치러진 2020년 대선 때 69%로 급증하는 등 제도가 정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4년 전과 달리 사전투표 독려

특히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사전 우편투표를 ‘선거 조작’이라며 부정적으로 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이번에는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5일 애틀랜타 유세에서 “내일 바로 현장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라”고 했다.

사전투표 열기가 고조되면서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 등 경합주에서는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WP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지난 15일 사전투표 개시 이후 연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22일 오전까지 16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현장 직접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 총 투표자의 3분에 1에 가까운 수치다.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가 집중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사전투표 엿새째인 22일까지 140만 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번컴 카운티 블랙마운틴 도서관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바다 현장투표선 공화당 우위

7대 경합주 가운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이날 기준 약 105만 명이 우편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민주당원이 약 65만 명(61.9%), 공화당원은 약 30만 명(28.6%)이며 약 10만 명(9.5%)이 무당파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시간에서는 21일 기준 110만 명이 우편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는 전체 등록 유권자 720만 명의 15.3%에 해당한다.

네바다에서는 약 25만 명이 사전투표를 마친 가운데 현장 투표만 놓고 보면 4년 전과 달리 공화당원이 52%로 민주당원(28%)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편투표에서는 민주당원(43%)이 공화당원(30%)보다 많았다.

2020년 대선 때는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1억5800만 명 가운데 6560명이 우편으로, 3580만명이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 사전투표를 했다. 매사추세츠대(MIT) 선거 데이터·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우편투표자 중 60%가 민주당원, 32%가 공화당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화당원은 선거 조작을 우려해 우편투표 대신 현장 투표를 선호한다는 게 그간의 통설이다.

유불리 속단 이르지만 트럼프 캠프 ‘고무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버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단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뒤편에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문구 ‘Vote Early(사전투표하라)’가 눈에 띈다. AP=연합뉴스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원의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아진 것을 놓고 유·불리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지지자의 전반적인 투표 참여 증가를 의미하는지, 팬데믹 우려가 사라진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시 본투표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선 캠프는 고무적인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당원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에 가용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공화 양쪽 캠프 공히 현 시점에서 전반적인 투표 참여나 열의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면서도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점한 압도적 우위를 이번에는 어느 정도 상쇄했다고 보고 트럼프 캠프가 흡족해 한다”고 전했다.

해리스·트럼프, 라틴계 표심잡기 경쟁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라틴계 유권자 표심 잡기 경쟁을 벌였다. 약 3620만 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로 추산되는 라틴계 유권자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의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대선 당시 전체 유권자의 9%를 차지한 라틴계는 63%가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을 지지하면서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USA투데이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유권자의 49%가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히고 ‘해리스 지지’는 38%에 그치는 등 민주당 지지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브룩필드의 한 예술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특정 연방정부 일자리에 대한 대학 학위 조건을 폐지하고 100만 소기업에 최대 2만 달러의 탕감 가능한 대출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라틴계 남성 유권자 대상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라틴계 남성들과 가족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녹화해 하루 뒤 방송될 예정인 스페인어 방송 텔레문도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자신의 경제 정책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고 캠프는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도럴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라틴계 미국인 지도자 및 유권자들과 타운홀 이벤트를 열었다. 트럼프는 “히스패닉계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봤다”며 “우리는 큰 승리 파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가 이날 언론 인터뷰 외 별다른 유세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을 두고는 “제가 오늘 정말 세게 공격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그녀는 오늘 오프(휴무)”라며 “그녀는 에너지가 없고 게으르다”고 비아냥댔다.

두 후보 간 판세는 여전히 혼전 양상이다. 로이터통신ㆍ입소스가 이날 공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6%로 트럼프(43%)를 3%포인트 앞섰다. 반면 암호화폐 기반 정치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이날 기준 트럼프와 해리스의 승리 확률을 각각 63.7%, 36.3%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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