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에 공적지분이 매각된 뒤 임명된 YTN의 김백 신임 사장이 1일 노조원들 항의를 받으며 취임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YTN 신임 사장이 1일 YTN 구성원들의 항의를 뚫고 취임했다. 민영화된 YTN의 첫 사장이 된 그는 취임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보도들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김백 사장은 과거 YTN 언론인 해직 사태 등 언론장악과 노조 탄압 비판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김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마케팅국장→경영기획실장→보도국장→상무이사 등 영전을 거듭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인사위원으로서 낙하산 사장(구본홍) 반대 투쟁에 나섰던 언론인 6인의 해고를 비롯해 사원 33인 징계를 결정했다. YTN이 2009년 보도국 선거로 임명된 보도국장을 교체하고 ‘노조의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를 폐기할 당시 경영기획실장을 맡다 새 보도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YTN지부는 2019년 배석규 전 YTN 사장과 김 전 상무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고소했다.

김백 사장은 이날 오전 9시55분께 관용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 YTN 사옥 앞에 도착했다. 1시간 전부터 사옥 앞에 모여 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명은 김 사장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항의 피켓을 들고 비판과 질문을 쏟아냈다.

YTN지부 조합원들은 김 사장을 가로막으며 “여기가 어디라고 오는가”, “사원들에게 사과하고 들어오라”,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외쳤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가 스토킹인가? 해직사태 또 일으킬 건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라고 물었지만 김 사장은 답하지 않았다. 

▲김백 사장은 1일 취임식 개최를 앞두고 아침 9시55분께 관용차를 타고 YTN 사옥 앞에 도착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명은 그의 출근에 대비해 아침 9시부터 YTN 사옥에 모여 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항의 피켓을 들고 항의와 질문을 쏟아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과 조합원들이 1일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신임 사장 취임 및 출근길을 막아서서 그에게 “공언련 활동 하셨지 않나.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가 스토킹인가? 해직사태 또 일으킬 건가?” 등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한석 지부장은 “공언련(공정언론국민연대) 활동이 당신이 이야기하는 공정인가”라고도 물었다. 김 사장은 2016년 YTN을 떠나 2022년 친여권 성향의 언론 단체인 공언련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공언련은 유튜브 등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우려를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김건희 여사의 고가 명품백 수수 관련 보도를 ‘언론의 스토킹’이라 규정했다.

김 사장은 YTN지부 조합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경호원과 직원들 호위를 받으며 YTN 사옥 안으로 진입했다. 고 지부장이 김 사장에게 “얘기 좀 합시다”라고 말하자 김 사장은 “나중에”라고 반복해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 사장과 경호원들이 이들을 둘러싼 기자·조합원들을 몸으로 밀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이들이 여러차례 넘어졌고, 김 사장이 넘어진 이들을 밟고 갈 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사장과 경호원들이 이들을 둘러싼 기자들과 조합원들을 몸으로 밀어내며 이동하면서 조합원들이 세 차례 넘어지기도 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취임식장에 들어선 김 사장이 단상에 오르는 동안 현장에선 “땡윤방송 극우뉴스 YTN에 자리 없다” “YTN 말아먹는 적폐사장 집에 가라” “공정방송 훼손하는 김백 사장 물러가라” 구호가 빗발쳤다. “김건희 디올백 보도가 스토킹이었나” “정권에 사과하지 말고 사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조합원은 김 사장을 향해 “해고사태 주범이다 당신은, 또 손에 칼을 든 게 당신이다”라고 외쳤다.

이처럼 강한 저항 속에서 취임사를 시작한 김 사장은 “YTN은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공영방송 체제에서 민영방송 체제로 소유구조가 바뀌었다”라며 “외적으로는 큰 변화이지만 YTN 구성원들에게는 기회의 순간”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김백 사장 취임식장에서 그의 취임사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김백 사장 취임식장에서 그의 취임사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에 일부 조합원이 “아무리 자리가 탐나도 회사를 팔아먹는가” “자리 만드는 게 투자인가”라고 묻자, 김 사장이 “지금 업무방해하는 거다”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왜 또 경찰 부르실 건가. 현행범 체포 요구할 건가”라는 항의도 나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YTN은 지부 조합원이 참석하는 주주총회 등 관련, 경찰에 ‘신고가 있을 경우 현행범 체포’하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김 사장은 취임사를 이어가면서 “YTN은 2022년 대선을 전후해 뉴스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지키지 못하면서 편파 왜곡 방송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대통령 후보 부인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두 차례나 보도한 이른바 ‘쥴리 보도’가 그 정점을 찍었다”며 “이것이 공영방송에서 민영방송으로 바뀐 이유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의혹 보도를 민영화 이유로 언급한 김 사장의 발언은 또다시 “국민 보기 부끄럽지 않나” “김백씨가 상무일 때 가장 편파적이었다” 등의 항의를 불렀다. 이를 들은 김 사장은 경호원들에게 손짓하며 “끌어내라”고 지시했고, 조합원들은 “끌어내시라, 입 틀어막고 끌어내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사장은 경호원들에게 손짓하며 “끌어내세요”라고 지시했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하게 둘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사장은 이어 “YTN은 조만간 국민께 그동안의 잘못을 고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선언을 통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노력을 할 예정이다. 또한 엉터리 왜곡 보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도 살펴보고 철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YTN은 다른 공영방송과 마찬가지로 노영 방송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노조와 같은 특정한 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경영권과 인사권에 개입하는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YTN이 언론노조에 장악됐다면서 장악된 언론사에 어떻게 사장으로 왔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날 YTN의 과제로 △공정성과 공공성 회복을 통한 언론의 구현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신상필벌 원칙 △특파원 확대와 전문기자 활성화 △사원 교육 강화 △AI기술 방송 접목 및 ‘가짜뉴스’ 퇴치를 위한 저널리즘연구소 설립 △대주주의 향후 5년간 400억원 규모 투자 △흑자 기조 회복 등을 밝혔다.

관련기사

  • ‘민영화 YTN’ 신임 사장에 김백 공언련 초대 이사장
  • YTN 박지훈 하차에 “YTN 라디오 ‘땡윤방송’ 만드나”
  • 구성원들 규탄 속 ‘민영방송’ YTN 주총, 김백 이사 임명으로 끝났다
  • YTN 민영화, ‘불법 최대주주’ 논란 속 MB 경영진 귀환
▲김 사장이 취임사를 끝내자 관중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신임 YTN 본부장들이 박수를 쳤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한 이사회 개최 이후 본부장에 발령됐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사장은 조합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취임식장을 나섰다. 조합원들은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 구호를 외치며 질문을 쏟아냈지만 김 사장은 답하지 않았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사장이 취임사를 마친 뒤 좌석 맨 앞줄에 앉은 신임 YTN 본부장들은 박수를 쳤다. 취임사를 마치고 떠나는 김 사장을 향해서도 YTN지부 조합원들의 비판 섞인 질문이 잇따랐지만 김 사장은 답하지 않았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김건희 여사 보도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김 사장 취임사를 두고 “기자들에 대한 모욕주기이자, 대통령과 측근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지 말라고 보도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김백씨가 취임 뒤 바로 총선 보도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이고, 공언련 이사장으로 활동할 당시와 같은 기준을 고스란히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부는 이를 감시하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